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항상 실제보다 과장되어 우리 IT 업계를 더 비관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간과되는 미국 IT 업계의 현실이 있습니다.
미국의 IT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령, 평균 경력 연수가 우리나라보다 아직 한참 높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IT 업계는 길게 잡으면 1940년대로 내려가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부터 계산해도 1960년대부터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IT 업계가 형성된 것이 80년대 후반이죠. 20년 이상 차이가 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고령자(?) 개발자가 아주 흔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50대 전후, 60대에까지 가까운 개발자들이 우리나라의 주력인 30대 개발자만큼 받는다면 그게 말이 될까요.
미국이나 유럽의 30대 개발자들이 물론 그 나라들의 경제력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30대 개발자들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고 보면, 그 위의 50대 전후의 고연령 개발자들은 당연히 그 경력만큼 더 받을 것입니다.
또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러면 우리나라는 40대 개발자가 없는 것이 문제다, 40대가 되면 채용을 안해주는 것이 문제다, 라고 불만을 제기하는 분도 꼭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IT 업계 업력을 보면 기껏해야 8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습니다. 20년 정도밖에 안되었죠. 결국 우리나라의 IT 업계 시작 시점에서 20대를 시작하셨던 분들이 지금 40대 초중반의 개발자분들입니다. 그 분들이 업계 시작 시점에도 많지 않았고, 물론 흔히 말하는 고령 개발자에 대한 기피도 어느 정도는 있기도 해서 40대 개발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아주 소수의 개발자분들이 우리나라 IT 업계 1세대인 거죠.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40대 개발자가 적은 근본적인 이유는, IT 업계가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역산했을 때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극소수 50대 개발자분들도 있습니다만, 이분들은 20대나 30대 초반에 개발을 시작하신 분이 아니라 30대 중후반에 시작하신 분들로서, 결국 IT 업계 경력으로보면 지금의 40대 초중반 개발자보다 경력이 많지 않습니다.
몇년 전쯤 처음 40대 개발자 생존에 대한 내용들이 이슈가 되었을 시점에서는, 그런 주장이 억지였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역산해보면 당연히 물리적으로 40대 개발자가 존재할 수가 없거든요. (IT 업계가 열리기도 전에 개발을 시작했던 극소수 얼리 아답터는 제외하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40대 개발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불과 1년 몇개월이 지나면 40대가 됩니다. 몇번 썼던 거 같은데, 1세대 개발자분들이 먼저 40대 개발자 시장을 힘겹게 열고 지나가주셨기 때문에, 저같은 2세대 개발자들은 다시 40대로 진입하면서 그 문을 더 크게 열어젖히고 지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몇년 전보다는 40대 개발자에 대한 어려움이 꽤 많이 적어진 상태이고, 또 그래서 지금 30대 초중반에 진입한 개발자분들이 40대에 진입하실 때는 지금보다 40대 개발자에 대한 편견이나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이 불식되어버린 후일 것입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 IT 업계의 업력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잣대로 1:1로 비교를 하니까 자꾸 억지스러운 추측과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겪은 역사적인 경험과 편견 등으로 실제로 존재하는 어려움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간과하면 어려움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장하게 되고, 진짜 문제가 어디에 있고 또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힘을 모아 집중해야 하는지가 흐려지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들 어려운 현실에서 살고는 있지만, 혹 우리 스스로 현실을 너무 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고 나름 주장과 생각에 조심을 좀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Yull 님이 쓰신 글 :
: 제일 하단의 기사를 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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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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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도 이렇게 되었음 참 좋겠다고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질문이 요즘 닷넷 많이 쓰나요? 하고 물었는데
"아직도 닷넷 쓰는 사람 있나요?" 라는 댓글이 달렷던...
그래서 거기다가 닷넷 나온지 6년도 안되었는데 "아직도" 라니 뭔소리냐고 댓글 달았다가 박수받은적있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