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베타1 (빌드 7000) 배포됐을 때 가상머신에서 좀 돌려보고 완성도가 있어보이길래 지난주 시스템 하드를 1.5테라 하드디스크로 교체하는 김에 아예 OS를 윈도우 7 빌드 7068 x64 한글판을 설치해 사용중입니다.
7000을 가상머신에 설치할 때는 분명 메모리 사용량이 비스타에 비해 훨씬 적다고 느껴졌는데 정작 7068을 설치해 돌려보니 역시나 메모리 잡아먹는건 마찬가지네요. 현재 AntiVir, eMule, ATI 카탈리스크, 스카이프, 라이브메신저 정도 떠 있고 파폭3.1 돌리는데 메모리 사용량이 1.46GB정도군요. 실제 메모리는 6GB 설치돼 있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1GB정도 언저리에서 머물 줄 알았던 메모리 소모량이 예상보다는 많습니다. 1GB메모리 넷북에서 진짜 잘 돌지 모르겠네요.
참고로 RC버전 어쩌구 소문까지 난 주제에 한글화는 시늉만 낸 수준이네요. 설치때부터 깨진 한글이 보이기 시작하더니만 아주 가관입니다. 흠냘...
사실 차근차근 뜯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별로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고...) 비스타와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역시 테스크바 입니다. 나름 쓸만하긴 하지만서도... 디자인 감각은 참... 뭐시기 하네요. 기왕 만드는거 그 반듯반듯한 테두리들좀 어케 해 줄 것이지... 전 윈도우7의 테스크바 디자인만 보면 MS가 현재 개발중인 윈도우 모바일 7에 대한 기대도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윈도우 모바일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반응 속도 느린건 둘째치고, 안그래도 비좁은 QVGA 혹은 VGA화면에 위 아래로 쓰잘데기 없는 툴바가 언제나 떡 버티고 있죠. 아이폰 인터페이스랑 비교해 보시면 그 툴바 면적이 얼마나 쓸데없이 넓은지 금방 감이 오실겁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서둘러 윈도우7을 내 놓으려고 하는 것은 결국 넷북 때문입니다. 멀티 터치 인터페이스 지원, 스타일러스 없이 손가락 만으로도 쉽게 클릭할 수 있게 만든 테스크바, SSD지원, 설치용량 줄이기, 메모리 사용량 줄이기, 부팅속도 개선, 종료속도 개선... 모든 기능이 넷북 하나로 향하는 느낌이죠. 그러나 정작 메모리 사용량이 이정도라면 참... 안습입니다.
넷북시장의 XP를 걷어내고 싶어하는 MS로서는 윈도우7은 완벽하진 않아도 막혀가는 숨통을 터 줄 수 있는 구세주가 되겠지만서도 기업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엔 한참 이르다고 보입니다. 비스타의 드라이버가 모두 문제 없이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 비스타용 드라이버가 아직까지도 정착이 안된게 사실이죠.
저희 회사 프린터들 중 일부는 아직도 비스타 드라이버가 없어서 제 PC에선 이용을 못합니다. 회사에서 제PC만 공식적으로 비스타거든요. ㅎㅎ
아마도 올 해 2009년부터 내후년 2011년까지가 MS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윈도우7이야 비스타의 완성판일 뿐이고 그보다는 일부 VIP에게만 공개하고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윈도우 모바일 7이 아마 가장 큰 이슈가 될겁니다. 뭐 제스쳐 인식이다 멀티터치다 아이폰 OS를 능가하는 온갖 좋은기능은 다 있는 것 처럼 소문을 흘리고는 있지만 과연 그걸로 충분할까요? 윈도우 모바일의 제일 X같은건 사실 기능이 아니라 그 느려터진 반응성입니다. HTC나 삼성등 윈도우 모바일 6, 6.5 기반으로 UI를 개선해 보려고 고군분투 하고는 있는것 같은데 제가 일본 매장에서 HTC 다이아몬드나 삼성 헵틱폰을 조작해 본 결론은... '느려... 답답해... 아직 멀었구만...'
윈도우모바일7이 과연 기존의 CE기반을 과감히 버리고 전혀 새롭고 가볍고 빠르고 아름다운 OS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이 문제가 실버라이트 기반 UI를 넣는다고 해결될만한 사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설계에 대한 제어권을 확실히 쥐고 있고 CPU마저도 자신들의 OS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설계하고 있는 애플에 맞서기엔 말이죠.
뭐, 제 이런 예상들을 산산히 깨 주면서 정말 대박이 될만한 OS를 개발해 준다면야 저야 뭐 오히려 더 기쁘게 사용해 주겠지만서도 오늘까지 윈도우7을 써 본 제 소감은 한마디로 "암담한 MS의 미래가 보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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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만 할 목적이라면, 우분투에 파폭으로 왠만한 시스템에서도 충분하고 남을 것인데...
작고 가볍고 이것 저것 다 되어야 한다는, 만능 시스템을 원하니 서로의 괴리가 생긴다고 봅니다. MS가 너무 사용자의 의중을 지나치게 반영해서 점점 무거워지는지... 음. OS만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