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님,
몇년전 탄핵반대 시위에서도 같이 탄핵반대를 외쳤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같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알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 자잘한 즐거움 중에서도 아주 산뜻한 즐거움이죠. 또 지금까지 박진수님이 올려주신 글들의 많은 부분에 대해 제 개인적으로 찬성하고 기본 생각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볼랜드포럼의 수많은 회원분들 중에 소위 '민주국민'은 박진수님 한분 뿐이 아닙니다. 박진수님이 종종 여과가 덜 된 생각들, 검증이 덜 된 생각들을 글로 올릴 때, 그것도 한두번이 아닌 수십번 반복되는 것은 오히려 박진수님의 의도에 대한 반감만 불러 일으킵니다.
심지어는, 딱 한번 살짝이지만 이런 극단적인 생각마저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박진수님이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성적인 쇠고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러 정제가 덜 되고 퍼온 글들을 줄줄이 올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계속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도 아니고 딱 한번 잠깐 그런 의심이 들었던 것입니다만, 적어도 결과적으로는 박진수님의 글들로 나타나는 효과는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박진수님도 불필요한 반발을 사지 않으려 나름대로 노력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결과를 생각해보세요. 적지 않은 분들이 최소한 박진수님의 의견 뿐만 아니라 글을 올리는 방식이라든지 그런 문제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쯤은 저도 포함됩니다.
박진수님의 그간의 글들이 운영진의 입장에서 무조건 삭제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없어서라고 생각하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이미 수차례 경고와 부탁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운영진의 적극적인 찬성 의사라고 믿어버리신 듯, 목소리를 더 높이시고 계십니다.
뭐가 문제냐고 구체적으로 짚으라고 하고 싶으시겠지만, 그건 박진수님이 스스로 알아내야 할 책임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박진수님이 수십번 글을 올려서 포럼에서 소모적인 논란이 된 결과입니다.
박진수님이 글을 올리시지 않으셔도 주장할 분은 더 있습니다. 저 자신도 지금의 사태에 대해 좀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참 쓰다가 박진수님의 앞뒤없는 펌글들을 보고 그냥 지워버린 적이 몇번 있습니다. 저뿐이겠습니까? 욱하는 감정, 저도 있고 그런 감정이 박진수님께만 있어서 다른 분들이 글을 쓰시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박진수님이 오히려 다른 분들의 더 이성적일 수 있는 글들을 막고 있습니다.
한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뭔가 글을 올려야겠다는 열렬한 감정이 생길 때, 한 템포만 쉬십시오. 굳이 예를 들라면, 적어도 반나절은 쉬어보세요. 그 사이에 박진수님이 잘못 알고 있었던 혹은 덜 알고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알려질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진실의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진실의 전달에 시의성이 중요한 것도 맞습니다만, 지금 박진수님으로 인해 초래된 불필요한 논란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런 정도의 성의는 보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의도가 설익은 방법과 잘못된 결과를 정당화시킬 수 없습니다. 절대로요.
실명한(할 뻔했던) 분의 얘기, 저도 실시간으로 들었습니다.
전경 군화발에 짓밟히고 채인 여학생 동영상, 저도 불과 1~2시간만에 봤습니다.
저도 울분이 터졌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안올렸을까요.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박진수님이 스스로 한번 추측을 해보세요.
그걸 고민해보시기 전에는, 아예 포럼에 글을 올리시지 않는 편이 더 낫습니다.
박진수님이 믿으시는 그 가치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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