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었으니 분위기 쇄신도 할 겸 개발과 관련있는 글을 하나 올려보죠.
제가 어제 "TeeChart 불법복제 일파만파" 글을 올리고 나서 저 자신도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4541
저는 작년의 연합 세미나에서도 다루었던 것처럼, 델파이/C++빌더 프로젝트로 자바+X인터넷 프로젝트와 경쟁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대표적인 국내 X인터넷 솔루션 중의 하나인 가우스에 관심이 있었던 터였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라는 것은, 불법복제를 한 것은 쉬프트정보통신인데 왜 그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고객사인 SDS가 압수수색까지 당하면서 수사를 받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이선스 구조가 어떻게 되길래?
궁금한 김에, TeeChart의 벤더인 스티마소프트의 홈페이지에서 라이선스 정책을 뒤져봤습니다.
VCL 버전의 라이선스
http://www.steema.com/licensing/licensing_tchvcl.html
액티브X 버전의 라이선스
http://www.steema.com/licensing/licensing_tchax.html
두 버전의 라이선스 조건은 약간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동소이하더군요.
그리고 두 라이선스 조건 문구에 동일하게 있는, 문제 소지가 있는 다음의 부분을 찾았습니다.
VCL도 액티브 폼에다 올려버리면 바로 액티브X로 되어버리는데, 그러면 VCL 버전을 가지고 단순히 액티브폼에 올리기만 해서 컴파일한 ocx 파일을(결과적으로 TeeChart 액티브X 버전과 기능적으로 같아져버린 ocx 파일) 개발자 라이선스 단 하나만 구입한 상태에서 마음대로 배포할 수 있게 만들어버리면 당연히 안되겠죠. 따라서 이런 경우 차트 자체의 프로퍼티 등 API를 그대로 노출하는 액티브X로 만드는 것은 라이선스 구입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쉬프트의 가우스나 마이플랫폼 같은 X인터넷 솔루션이, 클라이언트 개발툴을 가진 환경이라는 것을 상기해보세요. 실제 화면의 예는, 다음 링크의 PDF 파일에서 20페이지를 보시면 나옵니다.
http://www.sift.co.kr/community_file/gauce3_pt_kr_030526.pdf
작년의 세미나에서도 소개했던 겁니다만, 기본적으로 X인터넷 개발 환경은 델파이나 C++빌더, VB 같은 RAD 개발툴과 대단히 유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능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형편없습니다만) 이 20페이지를 봐도 아시겠지만 개발환경 안에 티차트를 떡 올려놨습니다. 런타임이 아니라 2차 개발용 컴포넌트로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더욱이, 가우스를 포함한 X인터넷 솔루션들이 거의 대부분 액티브X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이 개발환경의 툴팔레트에 보이는 각 컴포넌트들은 그대로 액티브X로서 웹 페이지에 올라가는 겁니다. 따라서 티차트도 그대로 컴포넌트화된 것을 개발툴에서 배치해서 화면을 만들고 배포까지 하게 됩니다. 바로 위의 라이선스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거죠.
이런 형식은, 남의 소프트웨어 한 카피만 구입해서는 껍데기만 다시 씌워서 맘대로 재판매하게 되는 셈이므로, 일반적으로 '나 살짝 한카피만 불법 복제로 쓴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니꺼이 내꺼야 니껄 내맘대로 팔거야' 식이 되는 겁니다. 벤더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딱 한 카피만 팔았는데 그 한카피를 산놈이 내 시장을 다 독식해버릴 수 있는 악몽과 같은 상황이죠. 벤더 입장에서는 이런 회사는 정말 대단히 악질적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쉬프트정보통신 자체의 불법복제 뿐만 아니라, 가우스를 구입한 고객사도 필연적으로 불법일 수밖에 없는 라이선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고객사가 정말로 몰랐다면 몰라도, 심증적으로라도 짐작하면서 이런 제품을 구입했다면 위법이 성립됩니다.
이건, 예를 들자면 가령 코드기어가 델파이를 팔면서 티차트의 벤더인 스티마로부터 티차트 딱 한 카피만 사서 델파이에 무제한으로 번들해서 팔아버리는 상황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에 델파이 안에 포함된 티차트는 코드기어가 불법 복제를 한 것이고 델파이를 구입한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델파이에 포함된 티차트는 아예 라이선스가 성립되지 않는 별도의 제품이고 정상 제품에 장물을 끼워 구입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되겠습니다. 따라서 고객사라도 이런 불법복제 정황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처벌을 면치 못하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검찰이 SDS를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아마도 불법으로 사용된 카피수를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SDS가 이런 불법복제 정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의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이 오히려 더 컸을 것입니다.
어디 블로그를 보니, 이번 스티마의 SDS 고소 건에 대해 웃기는 외국 놈이 말도 안되는 땡깡을 부린다는 식으로 글을 써놓은 분도 있더군요. 스티마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을 거 같습니다. 벌써 여러해 동안 쉬프트가 엄청난 찍어내기 도둑질을 해온 건데 그걸 뒤늦게 안 것도 분통터질텐데, 엉뚱한 욕까지 먹으니까요.
참...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피곤합니다.
SDS에 계시는 C++빌더/델파이 개발자분들은 좀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이거 참... 가해자도 개발회사, 피해자도 개발회사, 중간에 원인 제공자도 개발회사...
누가 최종 책임이 있고를 떠나서 참 착잡한 사건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