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광우병 논란과 별개로, 이 이미지들의 내용 자체만 봐도 PD수첩을 음해하려는 음모론에 가깝다고 생각되는데요.
두개의 이미지를 각각 따로 분석해보죠.
위의 첫번째 사진에서, 첫 화면에서부터 "인간 광우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으로 시작하고 있고, 또 네번째 화면에서도 "만일 아레사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맞다면" 이라고 반복해서 명시하고 있으므로, PD수첩 제작진이 마지막 화면의 '확진을 위해서는 의사의 부검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편집으로 뺐다고 하더라도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확실한 건 아니다, 라는 의미 전달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데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두번 알려주나 세번 알려주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거죠.
또, 정황상으로 봐도, 마지막 화면에서 영문 캡션이 나오는 부분은 분명히 PD수첩 방송에는 없던 것인데, 이 이미지를 만든 사람이 직접 PD수첩의 화면을 캡쳐해서, 캡션 바 부분에 있는 한글 캡션을 에디터로 지우고, 거기에 다시 영문 캡션을 추가했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이 고의로 삭제했다'라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이죠.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일단, 출처라고 써놓은 링크는 엉뚱한 다른 기사입니다. 아레사씨가 결국 사망했다는 후속 기사고요.
PD수첩에서 보여준 뉴스의 실제 동영상은 아래 주소에 있습니다.
http://www.wavy.com/global/video/popup/pop_player.asp?ClipID1=2365592
여기 보시면, 일단 PD수첩이 편집한 부분이 '유독' 마지막의 'Doctors can...' 어쩌구 뿐만이 아니며, 상당히 긴 뉴스 꼭지에서 중간과 끝 부분을 잘라내고 주요 부분만 남긴 것입니다. 전체 기사를 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삭제된 부분들은거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라는 게 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므로 전체 기사의 사실 보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들입니다.
게다가, 위의 두번째 이미지 바로 다음 장면에서, PD수첩 나레이터가 "확실한 진단을 위해선 부검을 해야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맥락상 의도적으로 삭제할 부분도 아니고, 아직 확실치 않다, 부검을 해봐야 한다는 사실은 다른 부분에서 계속 언급하기 때문에 삭제해봤자 아무런 효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이미지를 만든 누군가씨는, 억지로 'Doctors can...' 부분이 해당 뉴스의 '마지막 결론이다', 'PD수첩이 이 중요한 결론을 잘랐다'라고 맘대로 규정함으로써, 마치 PD수첩이 어떤 편향된 의도를 가지고 프로를 제작했다고 의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 기사 내용 전체를 들어보시면 금방 아시겠지만, 이 기사는 고발성 기사나 사설이 아니라, 그냥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라는 사실과, 인간광우병이 어떤 병인지 간략히 설명하는 내용이 전부인 '사실 전달 기사'이기 때문에, '결론'이란 게 없습니다. 기자 자신의 의견조차 전혀 안들어가있죠. 그런데 어디서 결론을 들먹거리나요.
또 한 가지, 고의인지 아니면 영문 독해 실력이 모자라서 생긴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번역해놓은 내용도 미묘하게 의미가 다릅니다. 원문은 'Doctors can only make a definite confirmation of CJD through an autopsy.' 인데요, 이렇게 번역했죠. '의사들은 오직 부검을 통해서만 CJD를 확진할 수 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번역하는 게 더 적절합니다. 'CJD 여부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
단순히 직역과 의역의 차이처럼 느껴지시나요. 여기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요. 이 이미지 제작자가 번역해놓은 대로 읽으면, 읽기에 따라 결론처럼 느껴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오직'이라든가 '(통해서)만'등의 단어들의 배치 순서 때문에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라는 뉘앙스도 주고요.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중요한 결론이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바탕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번역한 대로 '확진하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라고 읽으면, 기사의 서두에서부터 언급했던 대로 '아직 확실치는 않다, 기다려봐야 한다'라는 마무리 멘트에 불과하게 됩니다. 아주 불행한 뉴스이기 때문에 희망적인 가능성의 멘트를 하나 넣었을 뿐인 겁니다.
이런 이미지는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공작의 이미지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나름대로 'Doctors can...' 부분까지 직접 '히어링'하셔서 '폭로'를 하신 영어 실력으로 보자면 충분히 기사의 원래 맥락을 이해했을텐데도, 일부러 이렇게 왜곡한다는 것은, 정말 치졸하기 짝이 없군요.
그리고, 두번째 이미지.
사실 이건 위의 첫번째만큼 별로 거론할 꺼리도 못되네요. 지금까지 읽어본 수많은 기사와 관련글들을 보면, 전문가들도 vCJD를 지칭할 때 흔히 CJD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vCJD가 CJD와 전혀 별개의 병이 아니라, 현재의 질병 분류 체계상 CJD의 범주에 들어가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위 컷의 다음 장면, 진단했던 의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보면, 일반 CJD(regular), 변종(varant) CJD를 설명하고 있죠.
제가 무좀이 좀 있는데요. 갈라지는 일반 무좀이 아니라 수포성 무좀입니다. 이게 증상이 갈라지는 무좀과 좀 다르고 약도 좀 달라서, 약국에 가서 약을 달라고 할 때 꼭 수포성 무좀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다고 제 '수포성' 무좀이 무좀이 아닌건가요? 마찬가지로 이 아줌마는 '수포성 무좀'이라고 하지 않고 '무좀'이라고 말했을 뿐인 겁니다. 아줌마가 'CJD'라고 말하기 직전에 잠시 머뭇거리는데, 용어가 정확히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는 눈치가 보입니다. 그래서 '무좀'이라고 했을 뿐이죠.
그렇다고 해서 위의 첫 이미지에서도 보다시피, 아줌마 딸 아레사에게서 의심되고 있는 증상이 일반 CJD가 아닌 vCJD라는 것은 누가 확인해주지 않아도 확실한 주지의 사실인데, 아줌마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걸 아래 캡션에서 vCJD라고 친절하게 부연했다는 걸 가지고 딴지를 거는군요. --;;
그런데, 이런 배경을 모른채로 위와 같이 이 한컷만 딱 잘라서 정정 문구를 넣어 보여주니, 마치 PD수첩이 뭔가 조작했다는 느낌이 팍 드시죠?
요즘 이명박씨와 그 영도를 받는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촛불시위나 탄핵 서명 등에 배후가 있다고 자꾸 우기는데요. 학생들을 전교조에서 조종하고 있다느니, 또 며칠전에는 열린우리당 이전 당원이자 '좌익 선동 전문가'가 시위를 조종하고 있다나? ('좌익 선동 전문가'씩이나 되는 분이 '당원'밖에 안되었다는 건 좀 웃기지 않나요? 북풍의 21세기 버전인가?)
그런데, 이런 정말 교활한 조작 이미지가 돌아다니면서 여론을 흔들고 있는 걸 보면, 일부 분들이 신봉하고 계시는 과잉 공포론, 자제론의 배후에 오히려 치밀한 공작이 있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 이미지에 대한 판단은 미루고 있었습니다. 의미를 파악하려면 전체 동영상을 차근차근 다 봐가며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니까요.
이걸 본 첫날 밤 이후로 다른곳에서의 반론 의견을 보려고 해도... 걍 '광우병 사망자들은 모두 은폐되었으므로 광우병 의심환자들은 모두 광우병환자나 다름없다'는 내용반복정도... 별 영영가없는 말만 오가는지라... 일단은 주말에 함 차근차근 보려고 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TENUTO님이 올려놓은 글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4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