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을 하든 투잡을 하든 앱개발로 돈같은 돈 만져본 사람을 거의 못봤습니다.
대박을 친 것처럼 언론 기사에 소개되는 사람들조차도 투자비에 본인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별 돈이 안되었던 듯.
제가 아는 분 중에 상당히 유명한 스마트폰 개발자분이 있는데..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개발 관련으로 초청 강연도 많이 하고 다니시는 분입니다. 무료 버전을 내놓고 1등 먹은 후 고무되어 상당한 투자를 해서 유료 버전을 출시했다가 지대 말아먹으셨습니다.
아주 대단한 아이디어를, 그것도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앱 개발로 제대로 된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밥벌이가 안됩니다. 또 직장을 다니며 투잡으로 하기에는 시간이나 돈이나 들어가는 투자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개발 관련으로 가장 제대로 돈을 번 사람은 개발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초청 강연으로 돈을 번 사람입니다. 스마트폰 관련으로 개발 자체에서 그나마 돈이 좀 되는 경우는.. 기업 업무 프로그램, 즉 사실상 SI 개발에 가까운 개발을 하는 경우입니다.
그나마도, 아직은 넘치는 스마트폰 개발자 수요가 늦어도 올 상반기 안으로 수요가 거의 채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한해 동안 나름 스마트폰 개발자가 어마어마하게 양성이 되었거든요. 그러니까 강사가 가장 큰 돈을 번 겁니다. 그럼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몸값이 투두둑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단순해서, 군중심리로 바라보면 항상 딱 들어맞습니다. 노래방이 돈된다는 얘기 듣고 노래방 차린 사람들은 대부분 망했고, 왜? 소문날 시점이면 개나 소나 다 몰려들거든요. 제대로 돈 벌줄 아는 사람은 일반인들은 거의 알기도 전에 초창기 시장에서 2년 정도 돈을 잘 벌어들인 후 권리금까지 받고 가게 처분하고 시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 비싼 권리금까지 주고 가게를 차린 2세대는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는 타 노래방들과 이제 가격 경쟁을 하다가 5군데 중 4군데가 망합니다. 피씨방의 흥망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버티고 살아남으면 몇년쯤 후에는 어느 정도 시장이 안정화되고 밥벌이가 되는 단계까지 갈 수 있지만, 1세대가 누렸던 찬란한 돈벌이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피씨방도 딱 그 전철을 밟았었고, 통닭집도 비슷했습니다.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하는 극소수가 아닌 자영업자들은 늘 이런 식으로 당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먹고 사는 문제, 아니면 대박치는 문제에 너무나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뭔가 돈이 된다는 얘기만 들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거리마다 업계마다 넘쳐납니다. 지난달 주식 옵션 만기에서 아주 적은 일부가 대박을 쳤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달에 똑같은 요행을 바라보고 안될 줄 뻔히 알면서도 투자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답니다. 그 사람들 모두 한방에 다 거덜났죠.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라서, 자바 개발자가 부족해서 몸값이 올랐다더라 얘기가 돌고 몇년 되지도 않아 지금은 자바 개발자 공급이 초과되고 있고 그래서 몸값도 도루묵입니다. 게임 개발자가 부족해서 몸값이 치솟고 나서 꼬로박는 데에 걸린 시간은 더 짧았죠. 예전의 모바일 개발 열풍 때도 마찬가지였죠. 1억을 호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불과 2년 정도도 안되어서 개값 됐었죠.
스마트폰 개발도 마찬가지라서, 올해 상반기 정도 안에 꽤 괜찮은 앱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용돈 수준이라도 꽤 짭짤한 돈을 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올 하반기에 종쳤습니다. 지금도 다수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앱들은 거의 채워진 상태인데요. 올 가을부터 단기 교육으로 나름 스마트폰 개발자가 쏟아져나오고 있으니까, 내년쯤에는 그나마 쓸만한 앱보다 몹쓸 앱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죠. 그러면 그 속의 드문 진주도 빛을 발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집니다.
우리나라는 시장은 작은데 먹고 살아야겠다, 혹은 대박을 쳐야겠다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살기만 하면 생활을 즐기며 살아갈 수는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그냥'은 먹고 살아지지 않는 이상한 나라니까 그런 거겠지요. 제 생각에는 이게 도리어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돈에 대한 강박 관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몇년 사이에 삶과 관련해서 행복이나 보람을 얘기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너도나도 다 돈만 얘기하고 있죠. 많을 돈을 갖는 것도 사실 원래는 행복해지기 위한 여러 길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다들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동산으로 돈좀 만져보셨습니까, 하는 이명박 같은 사람이 서울시장도 되고 급기야 대통령 감투까지 뒤집어쓰고 있으니 더욱 그렇겠습니다. '부자되세요'가 과연 덕담일까요.
압도적인 자본력이나 압도적인 정보력이 없는데 '큰' 돈을 벌어보고 싶다면, 냉정하게 판단해서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았지만 곧 커질 시장에 투자하면 됩니다. 간단하고 누구나 아는 겁니다. 근데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을 점치는 거니까 그만큼 리스크가 큽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이미 제대로 시장이 커진, 나아가서 뻥튀기가 되어 있는 시장에 뛰어들면 그 자체가 리스크입니다. 더욱이 실제 규모보다 사람들의 기대치로 뻥튀기가 되어 있는 상태의 시장에 뛰어들면 밥벌이조차 안되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제가 보기에 스마트폰 개발은 이미 몇달 전부터 레드오션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이전의 다른 비슷한 사례들에 비해, 스마트폰의 경우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너무나 컸고, 그래서 거품도 전례없이 단기간에, 전례없이 크게 부풀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레드오션으로 진입하는 과정도 전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네요.
아, 여기까지 얘기한 건 대부분의 스마트폰 개발 지망생들이 바라보고 있는 앱스토어 시장을 말한 건데... 기업 업무용 개발의 경우 아직 시장이 크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업무 개발에 상당한 경험을 가지신 분들이 적당한 선에서 기존 본업과 양다리를 걸치시면 꽤 성공의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요. 내년 하반기쯤 되면 이것도 재미없는 시장이 될 겁니다. 그나마도 기업 업무용 개발에 경험이 없는 개발자들에게는 진입하기가 쉽지는 않은 시장입니다.
이렇게 우울한 글을 쓰려던 게 아닌데, 뭐 쓰다보니 또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네요. 이놈의 주절병....
뭐.. 사는 게 원래 우울하기만 하지도, 즐겁기만 하지도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남병철.레조 님이 쓰신 글 :
: 개인 개발자들이 앱 개발로 돈을 벌게된다고 좋은 시대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
: 지금 회사에 다니시는 분들중 앱 개발로 수익을 내면서!
: 회사원으로 생활도 하면서!
:
: 흠... 이렇게 지내고 계신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주변에라도 그런분이 있나요?
:
: 여름에 아이폰 앱을 잠깐 만지작 거려보고.. 겨울에 안드로이드 앱을 만지작 거려보려고 하는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ㅋ...
:
: ~_ ~;
|
늘 긴 장문의 글 솜씨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