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이 둘째 아들넘 돌이었습니다.
뭐, 첫째고 둘째고 100일은 아예 무시하고 지나갔고, 돌이니까 잔치는 안해도 사진 정도는 찍어야겠다.. 싶었는데요.
큰아들넘은 돌사진을 찍어줬으니까 둘째놈도 형평성(?) 때문에라도 찍기는 찍어야겠는데...
이넘의 아기 돌 사진이라는 게 돈먹는 하마 아니겠습니까. 사진관에 가서 문의하면 일단 앨범부터 꺼내죠.
결혼앨범 비슷한 걸 꺼내놓고, 거기다가 병풍식 액자, 추가 열쇠고리, 뭐다뭐다 이러면서 한보따리 패키지를 보여주고는 수십만원을 부릅니다.
물론, 전혀 집중할 리가 없는 애기를 데려다놓고 온갖 재롱을 (애기가 아닌!) 사진사가 다 피워가며 사진을 찍어야 하니 애기 사진을 찍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수십만원이 객관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생각되는 건 아니고요. 또, 눈에 넣어도 안아플 거 같은 자식놈인데, 몇십만원 정도가 아깝겠습니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한달 내내 점심을 굶어서라도 해주고 싶죠.
근데 이 돌사진이라는 게, 큰아들넘 때 왕창 찍어놓고 보니 도대체가 실용성이 없는 겁니다. 온 집안의 벽을 큼직한 액자 사진들로만 도배할 수도 없고, 또 일상의 사진도 자주 찍고 있는데 유독 돌사진만 대여섯개를 큰 액자로 벽을 채우는 것도 뭔가 웃기잖습니까. (저희 집에는 사진용 종이 포켓에 애들 사진을 넣어서 가득 채운 벽이 세군데나 있습니다)
결국 큰아들넘의 돌사진도 처음에는 많이 걸었다가 하나 하나씩 치우고, 지금은 독사진 하나, 가족사진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어딘가에 처박혀있는데요. 결국 다 걸지도 않을 액자를 여러개 만드느라 수십만원씩 들이는 건 제 성격상 도저히 용납이 안되더란 말이죠.
만약 단지 수십만원이라는 액수만 부담스러웠던 거라면, 그냥 10만원 정도만 들이면 한시간 정도를 사진관의 스튜디오만 임대해서 직접 찍으면 되긴 합니다만, 당근 제 사진 실력이 프로 사진가들을 따라갈 리도 없고 말이죠. (게다가 뽀샵도 못하고!!)
그래서, 고민고민 하다가, 둘째놈 돌이 며칠쯤 지난 어느날, 애기사진 전문 사진관 한군데를 찾아가서 다짜고짜 쇼부를 쳤습니다. 애기 독사진 하나, 가족 사진 하나, 이렇게 사진 딱 두개만 필요하다. 병풍식 액자, 앨범, 전혀 필요 없다. 최소 비용이 얼만지 불러라.
그런 식으로는 장사 안한다고 발뺌하던 젊은 사진가 부부, 냉정하게 돌아서는 제 뒤통수에 대고 '아 정 그러시면....' 이라면서 계산기를 꺼내들더군요. 열심히 계산하는 척을 하던 사진가 부인, 결국 제게 11만원이면 되겠습니까.. 하는 거죠.
오케~ 하고 바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제가 대략 때려잡았던 목표 비용이 10만원대 초반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11만원에, 일반적인 돌사진 크기의 액자 두개, 열쇠고리 두개, 지갑 포켓형 작은 사진 두장은 서비스로 넣어주기로 하고, 잘나왔든 삑사리든 찍은 모든 사진도 파일로 다 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12월 초에 온 가족이 우루루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첫째 때도 느꼈던 거지만, 애기 사진 찍는 거 함부로 보고 가격 막 칠 일은 아니었습니다. 잘 웃지 않는 둘째넘을 제대로 웃겨보려고 사진사 부부 두분의 노력이 정말 고맙더군요.
그 사진들을, 오늘 집사람 퇴원길에 차몰고 지나가다가 잔금 치르고 찾아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맘에 들게 잘 나왔어요. 첫째놈 때 사진보다 두배쯤 맘에 듭니다. 그때는 사진관에서 제시한 패키지에서 뭐 빼고 뭐 빼고 했는데도 33만원이었던가? 들었거든요. 이번엔 달랑 사진 두장이지만, 너무 맘에 듭니다. ㅎㅎㅎ
이번에 찍은 둘째넘 돌사진이랑 가족 사진 첨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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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때는 셀프 사진관에서 직접 찍었죠..
100일때랑 다르게 돌때는
웃지 않는것을 둘째 치고 지맘대로 돌아다니고 , 아기 잡아다 놓으면 금방 자세가 흐트려지고..
시간당 만원짜리에 스튜디오 빌렸서 찍었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
아기사진이 비싼게 다 있구나 하는걸 절실히 느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