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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4] 대형 오보, 구글폰 G1 150만대 선주문 매진?
박지훈.임프 [cbuilder] 5092 읽음    2008-10-15 04:20
저번에 HTC에서 나온 첫번째 구글 안드로이드 폰, G1의 공개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안드로이드폰과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제 짧은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썼었는데요.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5115

제 생각했던 것은, 물론 안드로이드가 애플 아이폰이나 윈도우 모바일, 심비언 등에 비해 장기적으로는 훨씬 강력한 비젼을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 플레이어가 될 거라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단기적으로 당장 이번에 공개된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인 HTC의 G1이 크게 히트칠 거라는 전망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G1이 디자인 면에서 좀 투박하게 생기기도 했고, 기능이나 UI 등등에서도 그다지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아이폰처럼 세련된 디자인에 역동적이고 화려한 UI를 가진 것도 아니고, 블랙베리나 블랙잭처럼 기업시장에 확실히 먹히는 기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삼성에서 곧 국내 출시할 옴니아처럼 화려한 하드웨어 스펙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 판매에서만 150만대가 모두 매진되었다는 기사가 줄줄이 나왔습니다.

구글폰, 사전 주문만 150만대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101502011560691002

첫 구글폰 G1, 판매량 150만대 돌파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364549&g_menu=020600&pay_news=0

'구글폰' 선주문 150만대 '매진'.."출발 좋네"
http://www.asiaeconomy.co.kr/uhtml/read.php?idxno=2008101306511644051

이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한 실적입니다. 제품 시연을 하는 등 발표를 하긴 했지만, G1의 두 벤더인 구글과 T모바일 모두 애플만큼의 화려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 것도 아닌데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기사에서 보다시피, 이런 실적은 올해에 40만대를 판매할 거라는 시장조사 기관의 예측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올해는 커녕 불과 1달도 안되어 연말까지 예상치의 3배 이상을 달성해버렸으니까요.

애플 아이폰과 비교해보면 감동이 더 커집니다. 올해 초에 나온 아이폰 3G의 경우 출시 한달만에 300만대가 팔렸습니다. G1이 공개되고 선주문을 받기 시작한 것이 대략 20일 정도 되었고, 150만대를 팔았으니까 아이폰 3G가 좀 더 많이 판 것이지만, 아이폰 3G는 전세계적으로 팔았고, G1은 미국에서만 팔았다는 점에서 아이폰보다 더 큰 실적인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IT 시장 상황을 잘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야 합니다. 뭔가, 꼭 있어야 할 뭔가가 빠져 있습니다. 그건 바로, G1의 세 주역, 즉 구글, HTC, T모바일의 발표입니다.

위의 기사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들 세 기업의 발표가 빠져 있습니다.
"뉴스팩터는...라고 보도했다"
"펄스2.0 등 IT 전문 뉴스 사이트에 따르면...라고 전해졌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런 엄청난 기사거리를 왜 이들 기업들에서 보도자료를 내든지 해서 직접 발표를 하지 않고 무슨 루머처럼 뉴스 사이트들을 둘러둘러 기사에 실렸을까요? 갑자기 이 세 기업들의 언론사 담당 마케터들이 집단 휴가라도 갔을까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위 기사들의 소스를 쫒아가봅시다.
뉴스팩터와 펄스 2.0에서 해당 소스 기사들을 찾아봤습니다.

Report Puts T-Mobile's Android G1 Presales at 1.5 Million
http://www.newsfactor.com/story.xhtml?story_id=031001TNLH86

Google Android: 1.5 Million T-Mobile HTC G1s Have Been Pre-sold
http://pulse2.com/2008/10/10/google-android-15-million-t-mobile-htc-g1s-have-been-pre-sold/

위 두 기사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소스를 fool.com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기사들도 fool.com을 가리키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간혹 다른 기사를 소스로 하고 있는 경우에도 다시 쫓아가보면 원래의 소스는 fool.com이었습니다.
다시 fool.com의 기사를 쫓아가봅시다.

Google: We're Fresh Out of Androids
http://www.fool.com/investing/high-growth/2008/10/09/google-were-fresh-out-of-androids.aspx

위 기사의 서두의 핵심 부분을 볼작시면 다음과 같습니다.
"G1의 초도 물량이 매진되었으며 그 세배를 다시 HTC에 주문했는데, 이것도 매진되었다, 이건 선주문 물량이 150만대에 이르며 200만대가 투입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뭔가 미심쩍죠. 일단, 소스가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기사라면 최소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든지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뭐 이런 식이라도 소스를 밝히는 것이 철칙인데, 소스가 없습니다. 게다가 '의미한다' 어쩌구 하는 걸 보면 이 기사를 쓴 Anders Bylund씨도 뭔가 다른 숫자들로부터 추산을 한 듯 한데, 어떤 숫자로부터 어떻게 계산했는지에 대한 근거도 없습니다. 모바일 업계에서 그런 숫자가 얼마나 엄청난지 알았다면 당연히 자신이 추산한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 기사의 댓글들에도 비슷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있더군요.

...
더 뒤져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의 기사를 찾아냈습니다.

Don't Buy The G1 Sales Figures
http://www.informationweek.com/blog/main/archives/2008/10/dont_buy_the_g1.html

제목부터 의미심장하군요. "G1 판매량 숫자를 사지(믿지) 마세요"
(buy에 사다, 구입하다 의미 외에 믿다, 받아들이다의 의미도 있더군요)

이 기사를 쓴 Marin Perez씨는 이 의문의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Fool.com의 기사를 쓴 Anders Bylund씨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어서 확인해본 겁니다. 그가 받은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기사(Cens.com)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를 봤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T모바일은 가까운 미래에 총 150~200만대의 G1을 판매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올해 내에 판매할 40~50만대도 포함된다" 또, T모바일의 선주문 물량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기사도 봤다. 그래서 초기 물량의 숫자 50만대에 3을 곱해서 150만대라는 숫자를 추정했다.

이 추정에는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죠. Bylund씨는 올해내에 판매할 예정인 "40~50만대"라는 숫자에서 50만대를 취한 다음, 그 숫자를 T모바일이 HTC에서 주문한 첫 선적 물량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초기 물량이 매진되어 그 3배를 주문했는데 또 매진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50만대에 3을 곱해서, 150만대라는 숫자가 나왔고, 이 숫자를 가지고 "선주문 매진된 물량이 150만대다"라는 기사를 쓴 겁니다.

Bylund씨가 잘못한 부분은 명백하고 단순합니다.
"T모바일이 올해 판매할 물량 40~50만대"라는 숫자를 "T모바일이 HTC로부터 확보한 초기 물량"이라고 간주한 거죠.

물론, "T모바일이 HTC로부터 확보한 초기 물량"이 40~50만대일 수도 있습니다. 1분기 동안 판매할 물량을 제품의 정식 판매 전에 선주문에 몽땅 내놓았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죠. 결국, Bylund씨의 단순한 오해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죠.

억지로 갖다붙이자면, 가능성이 아주 적기는 하지만 Bylund씨의 추정이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설명한 논리라면 그건 우연히, 소 뒷걸음질에 우연히 숫자가 맞는 겁니다. 그럼 역시 오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 개인인 Bylund씨가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진짜 문제는 IT 뉴스 기업들과, 더 나아가서 IT 뉴스가 유통되는 전세계의 관행적 시스템에 있습니다. 최초의 기사를 쓴 개인이 실수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나름 IT 업계에서 다들 한칼, 두칼씩 하시는 유명 IT언론사들이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소스로 해서 수많은 다른 기사들이 재생산되었습니다.

더 나쁜 것은, 한 기사가 다른 기사를 인용하면서 원래의 소스를 언급하지 않고 2차 소스를 언급함으로써 독자가 최초의 소스를 금방 확인하기 어려워졌고 어조도 더 확정적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것은 150만대라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최초 소스의 완곡한 추정성 표현은 어디로 가고, 150만대 확정! 추카추카! 이렇게 되어버린 거죠.

재미있지 않습니까? 시장을 가장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봐야 할 IT 전문 기자들과 IT 뉴스 기업들이 제대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다른 뉴스의 기사를 그저 인용해서 기사를 재생산했고, 그래서 원래는 단순한 오보, 아니 정확하게는 부정확한 추정이었을 뿐이었던 소스 기사가 수많은 뉴스 사이트들이 다같이 오보 합창을 하는 대형 사건이 되어버린 거죠.

그 많은 각각의 기자들이 T모바일에 문의 전화 한통, 문의 메일 하나만 보냈더라도 이런 대형 오보 사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자가 T모바일에 문의를 했는데 어떤 내부적인 이유로 대답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자 입장에서는 그 '무응답' 자체에 다시 의심을 품게 되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150만대 판매!" 이렇게 자신있게 쓰지는 못했을 거고, 150만대보다 적을 수도 있지 않겠냐 뭐 이렇게라도 언급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뭐 비단 IT 업계에만 이런 사례들이 유독 더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믿을 만한 출처에서 나온 소식이라고 해서 의심 한번 해보지 않고 믿어버리는 기사들에도 수많은 오보들이 숨어있습니다. 명시적인 뉴스 기사들에서도 그럴 진대, IT 업계의 통설들에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억측들이 있겠습니까. 중요하고 큰 정보일 수록 다시 한번 의심해보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간단한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사례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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