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기준의 TIOBE 프로그래밍 언어 순위가 나왔습니다. 이 TIOBE 순위는 아주 공신력있는 조사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각 언론 보도 등에서 자주 인용되고 가장 신뢰받는 지수이므로 충분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http://www.tiobe.com/index.php/content/paperinfo/tpci/index.html
보시다시피, 델파이는 9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물론 10위권에 재진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 1월 조사에서 이미 9위에 랭크되었으니까 순위는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년 동기의 순위가 13위였던 것에 비하면 상승세인 것은 그대로입니다.
저번에 1월의 순위를 알려드렸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델파이와 파스칼을 별도로 순위를 책정한 것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볼랜드가 파스칼 언어에 여러가지 객체지향적인 특징들을 비롯한 문법적 강화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설령 델파이 개발자가 아닌 파스칼 개발자라고 해도 델파이의 언어를 파스칼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델파이가 3.288%, 16위로 랭크된 파스칼이 0.520%인 것을 합하면, 실제 점유율은 3.808%가 됩니다. 8위로 랭크된 C#의 3.767%보다 높은 겁니다. 실제로는 델파이+파스칼이 C#보다 앞선 거죠.
지난 1월에 C#의 순위는 역시 8위로 이번에 변동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점유율은 4.856%였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델파이+파스칼을 합치더라도 점유율은 더 높아지지만 9위인 것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질적으로 C#을 뒤집은 겁니다.
사실, 델파이의 상승세도 놀랍습니다만, 그에 못지 않게 C#의 하락세도 무섭군요. 불과 1년도 안되어 4.856%에서 3.767%로 1.1%나 떨어졌습니다. C# 개발자의 거의 1/4 정도가 떨어져 나간 겁니다. 이 정도면 폭락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닷넷으로 가고 싶은 개발자 있으신가요?)
또 의미있는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1월의 순위에서도 역시 C와 C++을 합할 경우 자바보다 더 높고 실질적으로 1위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당시에 C/C++을 합할 경우 순위는 22%가 약간 넘는 정도였고 자바는 20.849%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10월 발표에서는, 자바는 20.949%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만 C/C++의 점유율 합산이 무려 26.519%에 이릅니다. 이정도면 C/C++이 역습을 했다고 말할 정도군요. 자바와의 점유율 차이가 5.6% 정도 됩니다. 이런 정도면 C/C++이 확고한 사용률 1위 언어죠.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C/C++을 합쳐서 하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차이가 VB와 VB.NET에 있죠. 두 언어는 호환이 안되는 언어들인데도 불구하고 하나로 뭉뚱그려 VB로 4위로 랭킹을 해놨습니다. VB 6 이전의 올드 VB 개발자들이 VB.NET보다 더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역시 VB+VB.NET의 순위는 떨어지는 추세네요. C#도 떨어지고, VB+VB.NET도 떨어지고... 여러번 말씀드렸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가 충격적인 수준의 비젼 업그레이드를 내놓지 못하면 닷넷 시장은 이렇게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누누히 말씀드렸다시피, 델파이나 C++을 사용하시던 분이 혹시라도 닷넷으로의 전향을 고려한다면, 자바가 백번 낫습니다. 업무개발에서 자바의 점유율이 닷넷에 비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닷넷쪽에서는 기술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자바보다 낫다는 컨셉으로 마케팅을 해왔지만, 그런 측면에서라면 기능적으로 자바를 압도하는 것은 거기서 거기 수준인 닷넷이 아니라 델파이나 C++같은 네이티브 개발툴이죠.
실제로 실시간성이나 다이나믹한 UI, 그리고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든지 하는 기능적인 부분이 필수적인 업무개발 분야에서는 델파이같은 네이티브 개발툴이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고, 자바와 닷넷이 주로 쓰이는 곳은 단순 웹 개발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용 업무 개발쪽이죠. 그걸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것이 X인터넷이나 RIA이지만, 껍데기를 다시 씌웠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진 않죠.
이런 상황이니, 적어도 범용 업무 개발에 있어서는 닷넷은 자바의 적수가 못됩니다. 물론, 자바나 닷넷으로 업무개발(SI)가 아닌 좀 더 테크니컬한 분야의 개발을 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에 비해 큰 의미가 없는 소수일 뿐입니다. 따라서 자바 혹은 닷넷으로의 전환은 전문 SI 개발자로의 전향을 의미하게 되는 거죠.
물론 델파이나 C++빌더도 SI 시장에서 꽤 쓰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업무 개발을 하더라도, 델파이나 C++빌더 개발자는 돌아나올 길이 있지만 자바나 닷넷 개발자는 업무 개발에서 돌아나올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업무 개발의 특성상, 대다수가 단순 코더에서 이력 끝이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코더는 코더일 뿐, 그리고 모델러나 업무 분석가 등 페이가 더 높은 소수의 상급직들은 코더로부터 성장하는 케이스보다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 양성되는 경우가 더 많죠.
제 개인적인 개발자의 삶에 대한 비젼을 기준으로 한다면, 자바와 닷넷에는 개발자 개인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물론 네이티브 개발 시장에서도 그런 비젼이 무궁무진한 상태는 아니지만, 꿈의 실현을 위한 작은 가능성이라도 그게 있느냐 전혀 없느냐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죠.
뭐 결론은? 델파이, C++빌더 만세라는 겁니다. ㅎㅎㅎ
VC++도 없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