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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5112] 아들에게 정의를 가르쳐야 할 순간의 망설임
박지훈.임프 [cbuilder] 3500 읽음    2008-09-23 23:00
지금 전 거실 소파 앞에 허리에 큰 쿠션을 받치고 비스듬히 앉아서 노트북에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10개월 짜리 둘째놈은 아까 안방에 재워놨고, 6살 짜리 큰놈을 자러 가라고 보냈었는데, 감기에 걸려서 열도 좀 나고 기침도 하다보니, 그냥 나와서 책보고 놀으라고 했습니다. 집사람은 아직 야근중이고요.

큰놈은 스케치북에 기차와 포크레인을 그리고 있고, 전 노트북으로 아티클 번역을 하던 중이었는데..
이놈이, 색연필을 가지고 여전히 그림을 그리면서, 스케치북에서 눈도 안뗀 채로,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늘어놓습니다.

큰놈: 오늘, AAA이가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임프: 왜애?

큰놈: 으응, AAA이가 BBB이 귀를 막 잡아당겨서요. BBB이 귀가 빨개지고요. 막 아파서 울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막 화가 나서 AAA이를 막 혼내줬어요.

BBB이는 큰놈이와 꽤 친한 친구입니다. 실제로 어느 녀석인지 이름과 얼굴이 매치는 안되지만, 큰놈이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친구들 이름들 중에 4~5위쯤 됩니다. 물론 제일 자주 언급하는 이름은, 지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이름입니다. --;;

임프: 그래? AAA이 참 나쁘다. 찬이는 안그러니?

큰놈: 예에, 저는 안그래요. 친구들 안괴롭혀요.

임프: 아이구 우리 장남 착하다. 그래, 친구들 괴롭히고 그러면 안돼?

큰놈이 절 닮았는지 좀 성질이 급해서, 작년에 첨 유치원에 갔을 때엔 친구들을 막 밀치구 그래서 선생님이 많이 애를 먹었었다고 들었습니다. 또래 애들보다 생각은 좀 느리게 자라는데, 덩치는 더 빨리 자라서 더욱 걱정했었거든요. 다행입니다.

큰놈: 네, 안그럴께요.

잠시 또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괜히 노파심에 다시 물어봤습니다.

임프: 근데, AAA이가 찬이는 안괴롭히니? 찬이 귀는 안땡기니?

큰놈: 땡겨요. 막 잡아당겨요.

임프: 그래? 그럼 찬이는 어떻게 해?

큰놈: AAA이가 다른 친구들도 막 귀 잡아당기고 그래요.

임프: 그럼 찬이 귀는 안당기니?

큰놈: 네 제 귀는 안당기고요. 친구들 귀를 당겨요. 친구들이 많이 아파해요.

다행입니다. 저도 자랄 때 겪었던 건데, 덩치가 일단 크면 쉽게 덤비질 못하잖아요.

근데,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큰놈이에게, AAA이가 친구들을 괴롭힐 때 큰놈이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요.
말리라고 할까요. 그냥 모른 척 하라고 할까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까요.

갑자기 현기증이 났습니다.
그 순간이, 바로 제가 아들놈에게 처음으로 정의를 가르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가르쳐온 해야 할 일, 예의 범절, 행동거지 등등은 모두 순수하게 제가 아들에게 원한 것들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저는 아들에게, 자기에는 피해가 없더라도 잘못된 것을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할 순간이었습니다.

집사람이었으면 어떻게 말했을지 너무나 잘 압니다. 걔랑 놀지마. 걔 나쁘다. 걔 따라하면 안돼, 알았지?
그걸로 끝입니다. 집사람은 타인의 일에 나서서 '피해' 입는 것을 너무나 싫어합니다.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말리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정의는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는 마음가짐은 아주, 너무나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보고 그냥 돌아서는 아들이라면, 더 큰 부정에는 당연히 눈을 감아버릴 겁니다.

기는 것도 늦고 걸음마도 늦고 말도 늦고 지금까지도 발음이 부정확할 정도로 성장이 느린 편인 큰놈이지만, 최근 1년 정도 사이에 말도 부쩍 많아지고 주위의 일을 보고 기억해와서 저나 집사람에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일이 많이 잦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따금씩, 이런 순간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도 결론을 얻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닥쳐버린 겁니다.

저는, 잘못된 일에 눈감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부끄러운 점이 조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그 순간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자식의 일이 되니 약해집니다. 매 순간마다 성실하게 고민하고, 그래서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를 하는 삶이 지루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편한 삶은 아니라는 건 아니까, 아들놈들은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그래서 막상 뭐라고 말해줘야 했던 그 순간에, 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뺨도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이 순간이다, 앞으로 다시 없을 가장 큰 갈림길에 선 아들넘에게, 이 순간 난 유일한 표지판이다.
심호흡을 몇번 하고, 큰놈이에게 나직하게, 그렇지만 힘줘서 또박또박 말해줬습니다.

임프: 친구들을 또 괴롭히면, 찬이가 좀 말려줘, 응?

큰놈: 네. 알겠어요.

지금도 열심히 구급차를 그리고 있는 큰놈이에게 많이 미안해집니다.

그동안 고민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잘한 거든 못한 거든, 언젠가는 그 여부라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BMEX [edchang]   2008-09-23 23:12 X
제 느낌에는 잘하신것 같습니다. 올바른 마음은 어릴 때부터 세워놓아야죠.
그런 역할을 수행 할 아이의 힘이 다른 애들보다 압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30%정도의 우위는 확보해야지 평화유지군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윤리적 목적의 집체교육과 함께 투기 종목의 운동도 같이 시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피스키파는 힘든 직업입니다. ㅎㅎ
장성호 [nasilso]   2008-09-23 23:30 X
문득 드는 생각...
AAA가 왜 찬이 귀는 당기지 않았을까?

1. 찬이가 등치가 커서 그렇다. (임프팀 생각)
2. 찬이가 실제로 힘이 세고, 전적도 있고 ... 또다른 AAA일수도..

ㅋㅋ 농담입니다.

제아들은 이제 2살입니다.
아직 말도못하고, 일상 용어 외에는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하죠
그동안 제아들은 활동성도 크고 힘도 세긴 했지만 착했는데..
요즘들어 슬슬 폭력성을 나타내고 있어요
깨물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             
하지말라고 소리치고 엉덩이 때려주는데..아프지 않는지 전혀 좋아지지 않는다는...

임프님!  찬이가 2~3살때는 어떻게 양육하셨는지요?
최보현.현지아빠 [uriduri]   2008-09-23 23:59 X
음... 그럼 AAA 가 찬이 귀를 당겼을때는 어떡하라고 하실건지요~
candalgo, 광양 [kongbw]   2008-09-24 01:13 X
아는 동생 녀석이 있는데...  
중학교 때까지 자주 삥을 뜯겼답니다.
허구한 날 인간 샌드백이 되었고, 수도 없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정을 아는 그 녀석 아버지가 너무 화가 나고 답답했던 나머지
하루는 날 잡아서 그 동생을 앞에 앉혀놓고 이렇게 이야기 했답니다.


"제발 부탁이다 맞고 들어오지 마라.
혹시 치료비 걱정하나?  땡빚을 내서라도 책임을 질테니까
한 번 줘패고 들어와바라!  알았나!  치료비 걱정하지 말고 니도 한 번 주패봐라!!!"


이런 대화(?)가 오고간 후...  며칠 있다가...
평소 그 동생을 자주 괴롭히던 나쁜놈이...
그 날 따라 더욱 집요 * 악질적으로 괴롭혔다더군요.


그 동생은 꼭지가 돌아버리고...

그래 오늘 한 번 죽어보자 치료비 걱정도 없닷!!!    --->  요렇게 맘을 먹고
미친듯이 주먹을 휘둘렀답니다.


result = beatBody( 만만한놈 ); 

평소 result 에 FUN 이라는 리턴값이 들어와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PUNCH_BY_PUNCH  값이 대입되니... 
그 나쁜놈도 적잖히 당황했을 겁니다.


그 나쁜놈... 그 날 피떡이 되었답니다.  (-_-;)

자신의 격투본능(?)을 깨달은 그 동생은 그 뒤로 찌질이에서
좀 놀줄(?)아는 놈으로 변신을 했고 나중에는 해병대에 입대를 하면서 까지
본능을 무지 잘 표출했다나 우쨌대나...

지훈님 글을 보니 갑자기 그 친구 일화가 생각나서 끄적거려 봅니다.   ^^;
장성호 [nasilso]   2008-09-24 02:03 X
광양님!  혹 자기 얘기 아닌가요?
박무개 [bigheart]   2008-09-24 08:39 X
지금의 가르침대로 충실히 인생을 살다가 나중에 아빠말대로 했을때 편한삶이 아니란걸 아는 그 순간 아드님은 아빠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슴 뿌듯해 할거 같은데요. 사회의 어둔운 곳을 비춰주는 햇살이 되어서 말이죠.
정성훈.해미 [sage5nor]   2008-09-24 09:06 X
저는 정의에다가 옵션으로 정당방위를 가르칩니다...ㅋ
아들 귀를 잡아당가면 다시는 안그러게 한 대 때려주라고..
아제나 [azena]   2008-09-24 09:11 X
길거리에 쓰러져서 자고 있는 여자 얼어죽을까봐 업어서 집에 데려다 줬더니 다음날 성추행으로 고소당해서 경찰서에 출석했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보던 터라...
만약 저에게 자식이 있다면 오지랖 넓게 참견하지 말고 남에게 피해만 주지 말고 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candalgo, 광양 [kongbw]   2008-09-24 10:06 X
ㅎㅎ  성호님, 제 이야기 아닙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싸워서 이겨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주로 맞는 쪽에 충실했지요  ^^;)

뭐 다행이 반에서 출석번호 1번을 도맡아서 잡았던 터라
제가 설치지 않는이상 건드리는 경우는 없더군요
키가 커서 좋은건 딱 그거 하나 밖에 없더라구요  헐 헐 헐
남병철.레조 [lezo]   2008-09-24 10:17 X
사람은 로보트가 아니기에 어떤 일에 처했을때 행동에 옮기는 그 순간 상황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생겨납니다. (흠... 타고난 성질도 한 몫 할듯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어릴때 받은 훈육이 기저에 남아 그 사람의 양심을 결정하므로 정의로운 마음을 소유한 사람이 되길 바라셨다면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말하시는건 당연하다 생각됩니다. 다만... 삶은 그것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걸 나중에 교육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릴땐 몰라도 청소년기에는 패가 형성되니 혼자만의 정의감으로 해결되지 않는 순간이 올듯합니다. 청소년기가 되면 세력을 만드는 교육을 하셔야 할듯합니다... ㅡ,.ㅡ;;
학교 친구들이 많이 다니는 도장에 보내서 도장 패를 만든다거나 하는 그런것...
보통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마음에 정의감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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