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건 심심풀이로 뒤적거리다가 써보는 글이라는 사실.. 별로 진지하게 쓰는 글이 아닙니다.
웬만하면 다들 아시겠지만, 티스토리는 다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사이트입니다.
아래는 어제 우연히 봤던 헤럴드경제의 기사입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티스토리가 중국에서 전면 차단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의 혐한 감정 때문으로 보인다, 라는 얘기입니다. 진실이 이 기사의 글자 그대로라면, 꽤 큰 이슈가 될 일이죠.
<단독>中 ‘다음블로그’ 접속 차단 파문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8/09/10/200809100142.asp?tpm=FB****
그런데, 위의 헤럴드경제의 기사를 정면으로 꼬집는 기사가 어제 저녁에 inews24에 올라왔습니다. 이 기사도 요약하자면, 중국 당국이 고의 차단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위 기사를 작성한 헤럴드경제 기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문의했던 모 블로거는 "혐한"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사실 관계가 불명확한 내용을 섣불리 기사로 출고해서 괜히 중국에 대한 국민 감정을 더욱 나쁘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앞과뒤]티스토리 장애와 혐한론 연계의 문제점
http://it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356900&g_menu=020300
이 기사에서 재미있는 점. 작성 기자가 "인터넷팀"입니다. 실명을 숨긴 거죠. 기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본인 실명을 숨기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 이런 "~팀"이라는 명의입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논란이 큰 이슈를 잠입 취재했거나 했을 때, 기자 명의가 "기획취재팀"이라고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것도 유무형의 공격을 피하거나 압력을 피하기 위해 실명을 숨기기 위해 쓰는 겁니다. 기자들이 많이 같이 몰려다녀서 기획취재팀이다? 아니죠~ 좋은 기사에는 10명이 공동 취재해도 10명 명의를 다 줄줄이 올리는 것이 기자들입니다. ㅎㅎㅎ
왜 '인터넷팀'이라고 실명을 숨겨야 했을까요? 그건 헤럴드경제의 기사를 작성한 권선영 기자가 인터넷 전문 기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터넷팀'이라고 밝힌 것처럼, inews24의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당연히 인터넷 전문 기자입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도 아닌 백중구십구 지연 관계가 있습니다. 인터넷, IT쪽 기자들은 두세단계도 안가고, 바로 딱 한 다리만 거치면 국내의 IT 기자들 대부분이 다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정말 말조심해야겠죠?
그러니 권선영 기자와 익명의 inews24 기자는 4촌 정도의 관계로 선후배 관계일 가능성이 아주 높죠. 그렇다고 권기자가 익명의 inews24 기자가 누군지 모를까요? 그쪽 업계의 기자들은 물이 얼마나 좁아터졌는지 다들 아니까 inews24의 기사가 뜨자 마자 바로 상급자나 예전 동료를 통해 확인을 시도했을 거고, 전화 한두 통만으로 바로 신원을 알아냈을 겁니다. 아니, 기사의 어투만으로도 누구인지 파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좁죠. 그럼 익명의 inews24 기자는 자신의 신원이 밝혀질 걸 몰랐을까요? 그건 또 아니죠. 같은 물의 뻔히 잘 아는 사람을 씹을 때는,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실명을 숨기고 씹는 것도 일종의 예의일 수도 있겠습니다. 보는 관중이 너무 많잖아요.
어쨌든, 기자들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그래서, 동종 업계의 두 기자가 라운드를 벌인 문제의 핵심은, "혐한 감정"입니다. 중국 당국이 개입한 거냐 아니냐는 문제가 안되는 게, 중국에서 한국 사이트들에 대한 (고의 혹은 실수로 인한) 접속 차단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9월 5일자로 티스토리가 추가된 것일 뿐인 겁니다. 문제는 역시 "혐한"이라는 단어인데, 헤럴드경제의 권기자가 딱히 근거도 없이 '혐한 감정'과 연계를 시키는 바람에 국내에서 그 기사를 보는 국민들도 역시 혐중(?)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아래는 두 기자를 쌈붙인(^^;;) 해당 블로거, 바로바로님의 글입니다. 바로 이 글 자체가 inews24 기사의 반론 근거입니다.
혐한과 티스토리 차단은 무관하다 - 콩기자님 유감.
http://www.ddokbaro.com/1743
실제로 중국의 일반 인민들 중에 한국에 대해 혐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많은지 적은지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 웬만하면 나쁜 감정을 키워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과거의 침략 경험과 현재의 영토 싸움이 개입되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런데 권기자는 경솔하게도, 머릿속에 중국 관중들의 극렬 사진 몇장이 먼저 떠올랐는지, 인터넷 사이트 차단의 문제를 엉뚱하게도 '혐한' 문제와 연결을 시켜버렸죠. 심지어 "이를 계기로 최근 일파만파로 확산된 ‘혐한론’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현실화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라는 식으로 마땅한 근거도 없이 중국의 사이트 차단이 혐한 감정의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뉘앙스를 심히 풍기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권기자가 이런 기사를 쓴 것이 두 나라 국민들을 쌈붙이려는 의도된 것이라면, 대히트를 친 겁니다. 다음에 올라온 헤럴드경제 기사의 댓글에는, "혐한 중국인"과 거기서 거기인 "혐중 한국인"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분노에 찬 글들이 수십개 올라와 있습니다. 다른 포털들도 비슷하겠지요?
ㅎㅎㅎ 설마 진짜로 그런 의도로 기사를 썼겠습니까? 다만 조금 자극적인 단어 한두 개를 더 끼워넣어서 흥행이 잘 되기를 바랬을 뿐일 겁니다. 하지만 기자의 사사로운 욕심 몇점 때문에, 서로 친숙하지 않은 두 나라의 국민들이 물고 불고 싸울 수 있습니다.
일이 나쁘게 흐르려면, 이 기사가 다시 중국 포털에 실려서 분노를 자아내고, 그래서 일부일 뿐인 혐한 중국인의 숫자가 더욱 불어날 지도 모릅니다. 기자라면 자신의 기사 하나로 인해 그런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각오하고, 그만한 책임감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