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여간첩이 잡혔다면서요?
언론 통제, 시위 국민들에 대한 사법 처리, 배째기 법안 추진 등등등, 이제 남은 건 오직 간첩 사건 뿐이다, 라고 내심 기대했습니다만, 역시 주인 제대로 만난 검찰은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더군요. 마치 물만난 고기랄까?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서 여기저기 언론 기사를 웬만큼 뒤져봤는데...
쩝.. 검찰이나 언론이나 완전히 쌩쑈를 하고 있더군요.
핸드폰으로 북한 당국과 통신하고, 지가 무역으로 돈을 벌어서 오히려 북으로 송금하는 '자립형' 간첩에, 군에 침투했다면서 기껏 접촉한 계급이 소령? 간첩을 잡는게 주업무인 기무사가 내사중인 상태에서 도리어 군부대 강연을 알선해줬고, 군 장교들을 만난 방법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그런 결과 만난 중위 한명과 동거하고 있다고 해서 성을 이용한 여간첩이다, 하여 희대의 여간첩이다, 마타하리다 하면서 갖다붙이고 있군요.
뭐야 이거? 간첩 리철진이야 뭐야? 개그가 아니라 실제 상황 마자?
게다가 그런 치밀한! 간첩 활동의 결과 북으로 보낸 기밀 내용이 군 장교 100여명의 명함이라는!! 언제부터 명함이 군 기밀이 됐을까요? 제가 군사령부에 있을 때 인사과 일보계라는 직책이었는데, 부대 내 장군의 숫자는 대외비로 취급하기는 합니다. 계급이 장군이면 그 신원 정보가 기본적으로 대외비이고요. 대외비는 비밀 취급 등급 중에서 가장 아랫 등급이죠. 근데 하급장교들의 이메일주소와 전화번호도 기밀 축에 드는 건지? 이게 과연 재판까지나 갈 정도의 범죄가 성립되는 건지, 법원의 판단이 대단히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중국 해커들에게 해킹당해서 고객정보 유출한 포털이나 통신사들도 그중의 군 장교들의 개인정보를 빌미로 간첩으로 처벌이 가능하겠군요! 우리나라에는 간첩 기업이 수두룩합니다! 아니, 당한 놈들은 제외하더라도, 적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자들은 다 간첩으로 처벌이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검찰의 수사 발표에서 보니 변변한 증거조차 없던데, 이런 정도로는 본인의 진술 외에는 별다른 근거도 없을 듯. 너무 어이가 없는 수준의 사건이니, 조작일 거라는 생각조차 들지도 않는군요. 조작했다면 어떤 바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간첩 사건을 꾸미겠습니까?
이런 어이없는 영구 버전의 간첩 사건을 희대의 사건으로 포장해서 보도하는 기자들의 "상술"도 놀랍지만, 역시 정권의 속마음을 콕콕 찍어서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검찰, 경찰의 자세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정말 애쓰고 노력 많이 하시니, 그만큼 월급 많이 받으세요. 단, 민생보다는 정권의 가려운 데를 열심히 찾아다니는 서비스를 하고 계시니,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마시고, '자연인' 이명박씨 개인 재산에서 월급 챙기세요.
다음은 아고라에 올라온 이번 간첩 사건을 꼬집는 글입니다.
국민적 항의를 묵사발 만든 대단한 간첩이 잡혔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2034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