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백번 천번 신중하게 생각하고 거래를 시작하더라도
사람이 변하듯이 회사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 회사 경영진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겠죠)
처음에는 서로 협력하여 윈윈하자며 시작해도
나중에 자기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등을 돌리는것이 현실이 아닐까요?
등을 돌리는 것과 뒷통수을 치는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정당하게 등을 돌리는 행위는 사업이라는 특성상 어쩔수 없는 겁니다.
자기회사에서 원하는 기능을 좀더 싸게 만들 수 있거나
기능은 좀 떨어지더라도 싸게 만들어서 쓸 수 있을 정도라면
경영진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끊고
더 낮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업체와 손을 잡아야 할것입니다.
다만 싸게 만드느라 소프트웨어 품질을 훼손한다면 그런 결정이
장기적으로 그 회사에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비열한 방식으로 배신을 하는것은 마땅히 비난 받아야합니다.
우리쪽 업계에서는 소스 또는 기술적 노하우를 빼돌려서 자체 개발한다고 하거나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하는등의 행위가 될겁니다.
노정윤님과 해당 업체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몰라도
계약금 미지급등과 같은 사실 관계만 볼때도
그 업체가 정당한 주장을 하는것 같지는 않군요
우리 나라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정당한 요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피해가있다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피해를 보상 받으려 하는 적극적인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도 수년간 거래 해왔던 업체를 소스 무단 도용및 라이센스 불법 사용 등으로
고소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정윤님도 원만하게(절대 좋게좋게가 아닌..)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노정윤 님이 쓰신 글 :
: 작년에 한 업체로부터 차번인식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을 받고 부산에서
: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서울에서 일을 할 경우, 총액은 그대로 두고
: 계약금을 200만원 더 받기로 했다.
:
: 해당 업체는 특별한 숙소가 없는 나를 위해 오피스텔을 제공했다.
: 물론 책상밖에 없는 오피스텔이어서 팔받이가 엄청 높은 2인용
: 소파에서 웅크리고 자야했고, 그나마 해당 사무실을 쓰는 사람이
: 같이 밤샘이라도 하는 날이면 두께 1cm 짜리 스펀지를 깔고
: 사무실 바닥에서 자야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
: 결국 이 업체와는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 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 내가 준 프로그램의 인식율이 낮아서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그 업체가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지만,
: 이미지는 매번 달랐고, 엉뚱한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시간을
: 허비하기 일수였다. 또한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다른 회사 일을
: 우선으로 처리하였기 때문에 해당 업체의 업무는 당연히 우선
: 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
: 왜냐면.. 이 업체는 계약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지금까지.. 푼돈으로 일을 했던 업체라 해도 계약금을 전액 지급받지
: 않고 일을 시작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숙소도 제공해주고..
: 5000 천원짜리 밥도 사주고..하는 해당 업체의 인간미(?)에 감동하여
: 일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금 전액을 지급받기 전에
: 본격적인 결과물을 전달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
: 그런데, 이 업체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경쟁업체에게 나에게
: 지급했던 금액의 6 배를 주고, 완성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갑 업체에게
: 납품했다면서, 전체 프로젝트 계약 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 각종 피해배상을 요구하라는 문서를 보내왔다.
:
: 인간미를 앞세워 미래를 함께 꿈꿔보자던 얘기들이 피해배상을
: 요구하는 문서 속에서는 내 발목을 잡기 위한 빌미로 재활용되고
: 있었다.
:
: 만약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순진한 개발자였다면 어떠했을까?
:
: 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계약서의 각 조문과 금액 지급 방식, 그리고
: 계약금을 분리 지급하면서 계약의 효력을 발생시킨 점, 한 사람의
: 개발자에게 개발을 의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완성품을 구매하여
: 그 완성품 구매비용을 개발을 의뢰했던 개발자에게 떠 넘기려는
: 점, 또한 저작권물인 프로그램 결과물은 잔금 지급 시점 전후에
: 비로소 제공되는 관례를 무시하고 계약금도 전액 지급하지 않은
: 상태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상대측이 소송하도록
: 유도한 다음 해당 소송에서 승소한 후,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 민사소송을 제기하자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
: 그러자, 해당 회사는 그냥 겁 좀 주려고 법적인 절차를 얘기했을
: 뿐이라고 했다. 겁 좀 주려고 그렇게 한 행위는 형법 상 공갈죄에
: 해당했지만.. 뭐.. 그건 봐주기로 했다. 녹취를 했어야했는데...
:
: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상대측에서는 그냥 좋게 해결하자고
: 했고, 나 역시 그 문제에 대해 동의는 했지만, 변호사와 동료들은
: 그 회사와 일체의 인연을 끊어야한다고 했고, 나는 상황을
: 설명했다. 그런데, 상대측은.. 마치 MBC 가 한시간 인터뷰를
: 한 다음 30초만 자기들 입맛에 맞는 방송을 내보내듯, 내 얘기 중
: 일부만을 인용해서 시비를 걸곤 했다.
:
: 그러던 어느날...
:
: 해당 업체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하도 원한이 사무쳐서 지난
: 3개월간 자신이 직접 차량번호 인식기를 제작했으며, 어떤
: 이미지에서도 인식이 되고, 인식시간도 짧은 소스가 있는데..
: 이것을 인터넷에 거의 무료로 공개하여 나와 내 동료들의
: 밥줄을 끊어놓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시면
: 되는데, 왜 전화를 했냐고 물으니..한번 만나자고 한다.
:
: 당연하지만...
:
: 동료들과 회의를 한다.
:
: 작년 11월 그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느낀 점은 해당 업체의 수준이
: 개발능력이 있긴 하지만, 3개월 만에 차번인식기를 모든 이미지에
: 대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할 역량은 없어 보였다..
: 특히 문자 인식 파트는 문외한이 하루 아침에 구현할 수는 없는
: 부분이다.
:
: 그렇다면?
:
: 다음 셋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
: 1. 내 코드를 빼돌린 다음 C++ 로 포팅했을 것이다. 또는 누군가에게
: 외주로 포팅을 의뢰했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소스를 빼갈 생각으로
: 한달 동안 사무실에서 숙식하게 했을 것이다. (의뢰받은 분 있으시면 제보 바람)
: 2. 인터넷에 널린 수많은 자료, 특히 영문자료들을 두루 섭렵했다면
: 가능할 수도 있다. (상업성 있는 수준의 코드는 국문 자료로 공개된 것이 없다...
: 그런데, 그 업체의 영어실력은 그렇지 못하다.)
: 3. 밥줄을 끊니 마니 해서 겁 한번 주고 스트레스 받게 해보려는
: 교묘한 공갈 행위일 것이다. - 우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긴 한데
: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해당 회사의 입장에서는
: 겁을 줘서 프로그램을 넘겨받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
: 1.번이라면, 형사고발이라도 해야하는데.. 정황증거는 풍부하지만
: 증명해내기가 힘들다. 소스를 입수해서 우리 프로그램 만의
: 특징들이 있는 부분- 다행히 내가 모두 나만의 해괴한 방식으로
: 구현한 지라 가능하기도 할 듯 - 을 일일이 찾아낸 다음 고발을
: 하고... 해당 코드를 구매한 업체들에게 사용정지 가처분 신청을
: 한다음, 그럼에도 사용한 업체가 있다면 피해배상을 신청하는
: 정도의 액션은.. 내가 삼성이나 LG 정도 수준이라면 가능하겠지만
: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
: 일단 시장에 소스가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면 비밀 리에 입수해서 분석해
: 보기로 했다. 소스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미드에서 보던 것처럼 압수
: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수사팀이 상대회사를 뒤져서 고객정보를 찾아내고
: 연쇄적으로 그 고객들을 수사하고.. 음.. 망상에 잠시 빠져본다.
:
: 그런데, 이 사람은 녹취를 한다는데도 왜 이런 전화를 계속하는 지
: 모르겠다. 뭔가 한이 뼈에 사무친 듯 하다.
:
: ............................................................
:
: 이런 상황은 거의 처음이었는데도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
: 금요일 저녁마다 하던 어느 드라마에서 항상 이런 얘기를 본 것 같았다.
:
: 남자들이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할까?
:
: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약속을 하기도 한다.
: 어느 시점에서 남자의 매력에 빠진 여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 사귀기 시작한다.
:
: 그런데, 막상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남자의 숨겨진 모습들이 발견된다면,
: 여자는 실망하게되고, 단호한 여자라면 주저없이 떠나기도 한다.
:
: 그렇지만, 미련이 남은 남자는 여자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이메일을 보내고
: 전화를 한다. 여자를 위해 써버렸던 시간과 돈에 대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
: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
: 어느 업체가 우리에게 제안을 해온다.
:
: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업체는 잘 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자금이 없다.
: 그래서, 그들은 꿈에 대해.. 비전에 대해 얘기한다. 마침 우리가 경제적으로
: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그 업체의 제안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
: 그런데, 그 업체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업무의 범위는 애초에 계약했던
: 범위를 초과하기 일수다. 할 일은 늘어나고 미래를 위한 우리들의 약속이었던
: 계약서는 어느 순간 노예문서가 되어 우리를 옥죄게 된다.
:
: 천만 다행히도.. 이 업체는 계약금을 전액지급하지 않는 결정적이면서도
: 속보이는 실수를 했고, 우리는 그 업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 그러자 그 업체는...
:
: 마치 남자가 떠나버린 여자에게 하듯
:
: 전화를 한다.. 술먹고 전화를 한다. (진짜로 술먹다가 전화를 한다... 혹시나 해서 녹취내용을
: 다시 들어봐도 취한 목소리에 술집 배경 잡음이 들린다...)
: 협박도 한다.. 사귈 때 찍어 둔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 (소스코드를 세상에 알려 밥줄을 끊어놓겠다~)
: 본전 생각을 한다.. 내가 준 선물 다 내놔 ( 계약금 일부라도 받은 것 다시 내 놔~)
: 한번 만나서 다시 얘기해보자고 한다.. 다시 사겨줘~~(다시 좋은 관계를 회복해보자)
: 폐인모드가 된다.. (우리를 믿고 벌렸던 사업이 거의 망할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
: 이 남자를... 이 회사를....
:
: 어찌 하면 좋을까... 남녀관계로 비유해서 생각해보니 답이 나온다...
:
: 내가 여자였다면.. 나는 무척이나 마음이 약한 여자라서 절대 그 남자에게서
: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도 그것을 알고 이용하기 위해 계속 따라다니며
: 스토킹을 할 것이다...
:
: 그렇지만... 나는 이미 훨씬 더 매너 있고 능력 있는 남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 그들에게 내 나체사진(소스코드)을 퍼뜨리겠다는데...
:
: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쉽다.
:
: 그런 협박까지 하는 사람과 함께 하느니 차라리 지금 사귀는 남자와
: 헤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러한 협박에 굴하지 말아야한다고 충고할 것이다.
:
: 쉬웠군... 역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세상일들이 쉬워진다...
:
: 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도 신중해야하듯, 고객이라고 아무하고나 덥썩 손잡으면
: 안되고 그 회사와 우리 회사 사이의 궁합이 잘 맞을 지도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 손을 잡아야한다는 깨달음.... 왜 이제서야 오는 것일까...
: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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