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을 위한 기억력 테스트~~
1991년...
내가 53사단 법무부 운전병으로 복무 중이던 시절에 53사단은 1개월에 한번씩
군사재판을 하고 있었다.
군사재판이 있는 날은 법무참모, 군판사, 군검찰관 등등 선탑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이
군사법정에 있기 때문에 운전병은 차에서 자거나, 법무부 내무반에서 비디오를 보거나,
사무실에서 사건기록에 포함된 검시 사진이나 부검 사진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느껴보거나
법정에서 재판을 구경하면 되는데.. 나는 주로 재판을 구경하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집총거부(명령불복종)]
"여호와의 증인" 이라고 불리는 종교를 믿는 사병들이 훈련소에서 종종 집총 명령을
거부해서 잡혀오곤 했다. 법무부 선임하사나 군검찰관이 가장 싫어하는 종류의 범법자들이
이 부류의 범죄자들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들이 처음부터 입대자체를 거부한다면, 군의 사기 저하 문제도 없을 것이고, 집총 명령이
있을 때까지 아까운 국방비가 낭비되지도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굳이 입대를
해서 명령불복종 혐의로 잡히려는 이유는... 병역법 위반은 3년형이고, 명령불복종은 2년형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가지 흥미로운 진술이 있었는데.. 음.. 그것은... 일단 여호와의 증인이 되어버리면
가족들이나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완전히 등질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집총거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보통 군사재판에 피고의 가족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인데도, 여호와의 증인 재판 때면 가족과 신도들로 방청석이 메워지는 걸 보면서
서로 정이 많은 집단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은 그 피고인이 배신하는 지 아닌지를
감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을 알고나니 그 종교가 더욱더 싫어졌다.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서 53사단장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 재판을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공개재판의 형태로 진행하도록 한 적이 있었는데... 국선변호사로 나선
69사단에서 온 법무관이 양심의 자유와, 대체 복무제도의 필요성, 그리고 그 가족들과
신도들에 의한 강압적 분위기 조성 등에 의해 해당 병사가 처한 난처한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선고형량을 낮춰줄 것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었다.
어쨌거나... 뭐 변호사가 그렇게 말을 하건 말건, 여호와의 증인에게는 법정최고형량인
2년형이 선고된다. 그렇지만, 사단장이 신병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한 그 군인 신분의 변호사의 용기는... 참 가상해보였다.
다른 사단이라 가능한 일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후로 한동안 53사단에서 국선변호사로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군수사 법무관이었고
내가 있는 동안 69사단 법무관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간통]
어느날, 간통죄라는 군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죄로 한 불쌍한 방위병이 헌병에게
끌려서 사무실에 와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건은 합의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지는 않았다.
사건의 내용인 즉, 철없던 어느 여성이 가출을 해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남자를
만나서 동거를 하게되는데, 이 여성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한다. (나중에 그 사실을
이 여성에게 알려주기는 한다) 그렇지만, 잦은 구타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또다시 가출을 하고...
어느 나이트에서 우리의 불쌍한 방위병(입대 전)을 만나서 또다시 동거를 하게된다.
그런데, 서로 마음에 들었던지, 우리 결혼하자.. 뭐 이런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여자는 아직 호적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곧 정리하겠다고 남자에게
다짐을 한다. 세월은 흐르고.. 남자는 입대해서 방위병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의 남편은 이 여자와 방위병이 같이 잤음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장기간에 걸쳐 확보한 다음,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고,
군인 신분인 남자는 헌병대를 거쳐서 법무부 사실까지 조사를 받기 위해
오게 되었던 것이다.
법무부에서는... 간통 사건이라는 것이 53사단 창설 이후 전례가 없던 사건이라
판례를 찾고, 법무참모, 군검찰관, 군판사가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때마다
모여서 궁시렁거리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보면, 법무부에서는 이 사병에게 법적인 조언을 해 주었던 셈인데..
간통죄는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처벌을 하지 않는 죄로서.. 이 경우
고소인이 원했던 것은 합의금 2천만원이었고 (1991년 당시의 2천만원은
제법 큰 돈이었음..) 불쌍한 우리의 방위병에게는 그 돈이 없었다.
가출한 입장의 여자 쪽에도 문제가 있어서, 그만한 합의금을 모을 수가
없었다. 결국, 여자도 남자도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러자, 여자의 법적인 남편은.. 여자의 언니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들고온 800 만원이었나.. 암튼 그 정도 돈으로 합의를 보고
고소를 취하했다. 처음부터 돈이 목적인 고소였으니.. 한푼도 못받고
감옥에 보내서 좋을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음.... 집시법 위반 부터 얘기할 걸...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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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위반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