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uilder  |  Delphi  |  FireMonkey  |  C/C++  |  Free Pascal  |  Firebird
볼랜드포럼 BorlandForum
 경고! 게시물 작성자의 사전 허락없는 메일주소 추출행위 절대 금지
분야별 포럼
C++빌더
델파이
파이어몽키
C/C++
프리파스칼
파이어버드
볼랜드포럼 홈
헤드라인 뉴스
IT 뉴스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해피 브레이크
공동 프로젝트
구인/구직
회원 장터
건의사항
운영진 게시판
회원 메뉴
북마크
볼랜드포럼 광고 모집

자유게시판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4588] 제 마지막 글 입니다. "아버지와의 대화"
열씸! [cappuccino] 4766 읽음    2008-06-02 11:54
현 상황에서 정부의 작태를 보고 담담하게 자신의 일에 충실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흥분한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배운 도둑질 밖에 없죠)

본의 아니게, 내용있는 글들을 조심스레 적어주셨던 소윤아빠님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어 드린 것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아버지는 교사셨습니다. 그의 아버지, 또한 그의 아버지 역시 교사셨죠.
그렇다고 훈육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 또한 아니었지만, 배워가는 것들은 조금씩 생겼었습니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술 고래셨고, 술에 취하면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세세한 부분은 삼류 드라마에 흔히
나올법한 인간의 치부를 들어낸 이야기들이니 생략하겠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저는, 책을 골똘히 읽거나 내성적인 본성에 비해 더 명랑한척 가장하기 위해
푼수를 떨곤 했었죠.
이틀이 멀지않게 취하시던 아버지가 그나마 제정신인 경우에는 엄하긴 해도 그렇게 나쁜 아버지는
아니었습니다.

왠일로 기분 좋게 취하셨던 아버지가 학교의 과학주임 선생님과 이야기한 대로 집안 환경에는 과하게도
컴퓨터를 사 주게 되셨고, 그 몽당연필의 매력에 반해서 밤 새워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때는 밤 늦게까지 프로그래밍을 하다, 늦잠을 자곤 하던 저를 보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죠.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란 말 모르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밤에 사냥하는 동물도 있음에도 일반화 된 그 말씀을 듣고 저는
그 말은 일찍 일어난 벌레는 새에게 잡아 먹힌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라고 반문했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술에 의지하게 된 이유는, 열 일곱에 아버지를 낳으셨던 할아버지, 일곱살에 돌아가신
친 할머니, 자신 보다 고작 한 살이 많은 새 할머니, 자신의 능력이 이용당한다는 피해의식,
세상에 대한 불신이 섞여서였죠.

어쨌든, 밥 먹을때 티비를 보는데 정치 이야기라도 나올라 치면, 이 놈 저 놈 쳐 죽일 놈, 차라리
나를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 시켜라. XX끼들 등등의 거친 욕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와,
저는 밥 먹기가 싫었습니다.
덩달아, 정치이야기가 싫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욕을 먹어야 하는 인간들이 그렇죠 모, 정권이 바뀐다고
달라지겠습니까.

나이를 먹고,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나름 프로그래밍으로 주변에서 인정받게 되었을 때,
아버지가 묻더군요.
너는 첨단 학문을 한다는 녀석이, 티비도 신문도 보지 않으니 중요한 정보들을 놓지지 않겠느냐. 좀 봐라.
제가 답했습니다.
정보의 가치의 척도인 희소성과 유용성을 만족하기 위해서, 대중 매체는 희소성을 보장하지 않을 뿐더러,
누구나 다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는 제가 굳이 티비나 신문을 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제 귀에 들어와요. 굳이 그걸 보느라 시간 뺏길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더욱이, 저는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입장이지, 정보를 소모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라고 말이죠.

실은, 티비를 좋아했던 제가 티비를 보지 않게 되고, 책을 좋아했던 제가 책을 보지 않게 된 계기는,
고교시절 시와 소설을 쓰게 되었던 무렵 부터입니다.
겉만 번지르르 하고, 속은 온통 읽고 접한 지식들의 짜집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스로의
글을 읽으면서 뇌리를 스쳤고, 기억력과 적응력이 좋았던 탓에 한 번 접한 정보들은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체화되어 갔었으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창작"을 목표로 매체들을 끊게 됩니다.
아닌게 아니라, 일일 부독서면 구중생형극이라더니, 글은 갈수록 거칠어져만 가더군요.
잃은게 있으면 얻는게 있다고, 제가 지식을 희생하면서 얻게 된 것은 "오리지날" 이었습니다.

뭐, 단편적인 논문이나, 다른 사람들의 소스 만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기를 지나왔기에,
책이나 정규 커리큘럼의 도움 없이도 이젠 새로운 문제의 해결법에 있어서
알고리즘의 추측 만으로도 대학원 수준의 테크닉은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아들을 보면서, 내 자식을 보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어떻게 정을 전해줘야 할 지, 곤혹스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 없거든요. 따듯한 아버지의 정을 느껴본게, 정말 내가 아플때 같은 경우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히나 평소에도 아이가 아프다고 투덜대며 미꾸라지 빠지듯 제 팔을 빠져나가 버릴 정도로
안아주는 것 말곤 그닥 해 준게 없습니다.
이녀석이 감성기를 지나 이성기에 접어 들면, 조금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지도 모르긴 하네요.

저라는 개발자가 자라온 과정입니다.
왜 제가 지나치게 볼포의 자유게시판이 무절제한 정치적 언쟁으로 도배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지,
이해하실 수 있는 부분은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전 밥상머리에서 도란 도란 좋은 이야길 하며 밥을 먹고 싶었던 그 어린애니까요.

그간 볼포에 쌓인 정도 있었고, 불만도 있었습니다.
다들 좋은분들이었고, 살아가면서 계속 만나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저는 많은 부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고,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볼포를 졸업하겠습니다.
장성호 [nasilso]   2008-06-02 13:08 X
에이... 열심님 왜 그러세요?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는게죠!

어디를 가더라도 나랑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하고만
만날수는 없는것 아니겠습니까?

이곳 볼포에서 자유게시판은 존재이유의 주변부입니다.
열심님께서 이곳 볼포를 찾는 핵심이유가 자유게시판이었던가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조금만 더 넓혀주세요

이곳 볼포는 님과 같은 실력자가 필요합니다.
직접 질문에 답변을 받은적은 별로 없었던것 같지만
님의 올려주시는 답변글에서 많이 배우곤 합니다.
저 말고도 다른사람들도 많이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이곳보다 더 열심님과 성향이 맞는 커뮤니티가 있을수 있겠지만
그간 쌓아온 정도 있구, 게시판의 성향이 나랑 맞지 않다고
졸업까지는 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혹 졸업하겠다는 의미가
이제 볼랜드포럼에서 배우는것은 졸업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염하겠다는 것이라면 환영이구요
비실명 [jesse]   2008-06-02 14:51 X
알고리즘의 추측만으로도 대학원 수준의 테크닉을 쉽게 유추하신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12년 전 졸업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코딩도 하고 책도 쉬지 않고 봐왔지만
아직 멀었다고 느낍니다... 역시 능력이 안되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님의 자신감과 실력이 부럽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이정구 [appleii]   2008-06-05 13:36 X
냉각기를 가지신 후에 다시 돌아오세요. 이곳에 꼭 있으셔야 되는 분이십니다.

+ -

관련 글 리스트
14588 제 마지막 글 입니다. "아버지와의 대화" 열씸! 4766 2008/06/02
Google
Copyright © 1999-2015, borlandforum.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