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선일보의 애독자 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어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이 면도칼 공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당연했고, 조선일보 역시 이 호재(?)를 빌미삼아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선거정국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노혜경이라는 사람이 노사모의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민심 흔들기 선동에도 아무 말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노사모 홈페이지에 쓰게 됩니다.
노혜경 씨는 작가이므로 글을 쓸 때, 한번 쓰고 고쳐 쓰고 또 꼬쳐쓰는 버릇이 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데, 처음은 생각나는 대로 쓰고, 다음은
표현을 다듬게 되고, 정치적인 글은 반대편 입장에서 한번 더 검토를 하고.. 하는 식으로
노사모 게시판에 늘 쓰던 패턴대로 글을 썼습니다. (저도 댓글은 대충 달지만, 본문 글은
써놓고 여러번 수정을 합니다. 물론 댓글도 수정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주로 맞춤법
틀린 것을 찾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에 머리기사로 노사모 회장이 박근혜의 테러에 대해 성형수술이라도
했냐는 식으로 비꼬았다는 기사가..... 어찌된 영문인지 누나가 한번 쓴 다음
아직 고쳐쓰지도 않은 새벽 시간에 이미 인터넷 조선의 머리기사로 올랐다고 합니다.
( 조선일보 기자가 그 새벽에 모니터링하고 있었든지, 노사모에 잠입한 누군가(?)가
제보를 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
그 표현 자체도 잘못되었지만, 앞뒤 문맥 다 자르고 그 표현만 옮겨 씀으로서, 전 국민들을
선동시켰고, 해당 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압승을 굳히는데 노사모 회장이 한몫을 하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 저는 누나가 한나라당의 엑스맨을 하기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노무현 정권 5년 내내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일은.. 말 많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했던 얘기 중에 한 두 구절을 거두절미 하고 발췌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하건 입맛에 맛는 말만 골라서 보도되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내내 입만 열면 사고치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 역시, A -> B 라는 류의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국민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반미라도 할 수 있다. 라는 얘기도 박정희가 하면 국민을 아끼는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로 보도되는 것이고, 노무현이 하면 노무현이 반미한단다..라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교전 사상자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나, 무명 국군 용사 시신
발굴 작업장에서 경례를 했을 때, 국익을 위해 한미 FTA 협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조선일보
만을 읽었던 독자들은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 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조선 일보내의 핵심 보수 우익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유용원의 군사세계 회원들 사이에서도
"웬일이래?" 라는 반응이 주였을 정도였습니다.
조선일보식 글쓰기의 힘은 그들의 논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글을 읽는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여론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지여부를 떠나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는 신문입니다. 안티조선 창립 멤버인 우리 누나 조차도
조선일보에서 뭐라고 했는 지를 알기위해 조선일보를 봐야했을 정도입니다.
누나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누나를 만나서 조선일보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누나와 나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고, 모든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그냥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안타깝다. 하는 정도에서 항상 끝냅니다.
노무현 정권과 조선일보.
조선일보에서 하는 모든 얘기는 설득력이 있고, 그 논리에는 힘이 실려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런 논리의 전제 조건이 되는 기본적인 사실을
교묘하게 가리고, 그런 사실이 숨겨졌다는 것을 독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유도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러한 능력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해서 여론을 호도하고 끌고가는 그러한 능력을
특정 언론사에서 갖고 있기 때문에,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그 특정 언론사를 상대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더우기 그당시 조선일보는 그들의 능력을 정권으로 하여금
특정 정책을 하도록 강요하는 데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전 정권들처럼
신문사 문을 닫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이기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주제를 반전시켜서... 반미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반미세력이란 부안 핵폐기장 사태, 평택 미군기지 이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부산APEC, 그리고 지금의 광우병 문제에 이르기까지 반미와 관계된 주제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려놓는
단체와 그 단체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 단체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참고로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처럼 미국과 전혀 무관한 국내문제도 미군과
연계시켜서 반미운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지금 반미세력 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미 세력들이 여론을 움직이고 선동하는 방식은 조선일보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소는 세마리이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지금까지 지구 상에서 한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반미세력은 1979년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통계를 처음 내기 시작했을 때, 일부에서만
집계되었던 환자수를 2005년 환자 수로 나누어서 미국에서 치매 환자가 90배 늘었다는 얘기와
다른 얘기를 섞어서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냅니다. 사실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한 다음
전혀 엉뚱한 주장으로 만드는 재주는 조선일보에 견주어 모자람이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선동되지 않았을 국민들은 관성에 의해
이제는 무조건 안돼~~ 를 외칩니다. 마치,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이 노무현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조선일보가 해준 얘기 외에는 아무것도 근거가 없는데도 무작정 노무현이
싫었던 것과 흡사합니다. 조선일보는 일단 국민들이 선동되고 나면, 그들이 지폈던 불씨에
대해 그저 흐뭇할 뿐 아무런 반성이 없었듯이, 반미 세력도 흐뭇하게 지금의 사태를
즐길 뿐 자신들이 뿌렸던 교묘한 왜곡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든 괴담대로라면 분명히, 더 난리가 났을 한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생각하자고
합니다. 왜? 광우병 괴담이 처음부터 과장이었다는 것을 자신들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1996년에 육분사료를 금지한 미국과는 달리 2000년까지도 유럽산 육분사료를 수입한 한국인데,
위험도로 따지자면 어디가 더 위험한 지 그들도 잘 알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국민들을 자기 마음대로 선동하고 가지고 놀면서 장난을 쳤듯, 반미 세력도
어설픈 조선일보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광고라도 팔아서 자기 배를 채웠는데,
반미 세력은 조선일보의 대반격이 있기 전에 무엇을 챙길 수 있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선일보식 선동기법이 아닌 보다 새로운 방법에 의한 여론 형성이 일반화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P.S.
1. 쓰다보니 노혜경씨가 어느새 누나가 되었군요. 노혜경씨는 제 친누나입니다.
2. 조선일보 애독자라는 말은 조선일보를 무조건 지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잘 알고 있다라는 말로 해석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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