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저는 노대통령을 존경하고, 진중권씨의 입담에 즐거워하는 평범한 개발자입니다.
새벽에 180분 토론을 주의깊게 지켜본 결과,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물론 경각심을 갖고 각국이 대처한 과정에서의 이야기죠.
정부측 패널들이 이야기 한 것에도 크게 문제가 될 이야기는 없었다고 봅니다. (물론 실수들은 있었죠)
반대로 공격측 패널들의 이야기도 타당한 것들이었습니다. (흥분들은 하시더군요)
정부측에 대한 아쉬움은,
왜 붉어지니까 공부하냔겁니다.
광우병에 대해서 수비측이나, 공격측이나 서민이나 잘 모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 문제가 하찮은 것이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았을테고, 누군가가 그 연구결과로 노벨상을
탈 이유도 없었겠죠.
어차피 위험부위라 불린 특정 부위를 제거한 쇠고기가 수입되면, 소스를 추적할 방법이 거의 없고,
발병된다 하더라도 미국산 소인지 한우인지 판단하는건 무리입니다. (소화되고 10년 뒤의 이야기니까)
그렇다고 수입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쇠고기를 아주 비싼값에 사 먹어야 될테고, 관련제품에도 인플레가
조성되겠죠. 즉 소비자 물가의 동반 상승을 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기 위해서,
유통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한다든지, 30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20월령 이하의 쇠고기처럼
팔려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선택의 여지를 갖게끔 취급되어야 한다는거죠.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not inspected란 문장이 이슈화 되었었는데, 저의 판단으론 변호사의 해석이 틀렸고, 정부 관계자의 해석이
맞았습니다. 저 말은 검사에 탈락한이 아니라 검사 받지 않은 이란 의미가 맞으니까요. 하지만, 변호사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고, 핵심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문을 해석하면, 30월령 이상의 소는 검사 받지 않아도 특정부위만 제거하면 사료로 쓰일 수 있다는겁니다.
30월령 이하의 소는 제거없이 그대로 사료로 쓰일 수 있구요.
요는 검사를 통과하든 통과하지 못하든의 의미가 아니고,
모든 소는 사료화 된다는걸 의미합니다. (즉 그 말이 병든 소를 포함한다는게 되죠. 누가 양질의 소를 사료로
쓰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늙었든지 병들었든지 상태 나쁜 소가 소의 먹이가 되겠죠)
not inspected라는 문장이 시사하는 바는 미국이 전수검사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검사 안 받아도 사료로
쓸 수 있다는걸 의미하기에 심각할 따름이지,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소와 검사를 통과한 소로 초점이 맞춰져선
안된다는 거죠.
이전에도 수입해 왔고, 덕분에 쇠고기값이 조금 싸지긴 합니다. 국산 낙농가들을 보호할 방법은,
품질의 차별화와 관리개선으로 접근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소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저는 쇠고기를 좋아하고 계속 먹을 겁니다. 그게 미국산 쇠고기건 한우건 간에 말이죠.
다만, 우리가 내어준게 있으면 얻는게 있어야 합니다.
제가 만약 광우병 걸린 소를 먹고 머리에 구멍이 나 10년쯤 뒤에 죽는다면 어떤 의미에서 애국이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대미 협상테이블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입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말이죠.
이거 저거 다 내어주고 얻어가는게 없는 협상이라면 당연히 정부란 월급도둑놈 취급 받아야 할 터입니다.
뒤늦게 공부하는 정부의 모습도 안습이지만, 해답없이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도 무리한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하고, 그에 앞서 자신의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를꺼면 더 강하게 나가 확실히 잘라내고, 그게 아니면 현 정부가 생각을 갖고 사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경계와 협력을 늦추지 않아야 하겠죠.
어찌되었건, 전 고기를 좋아하고, 제가 가려고 하는 힘든 개발자의 길에서
앞으로 10년 더 살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에 열심히 먹어줄겁니다.
정부건 견제단체건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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