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온갖 핑계를 대면서 협상문 공개가 계속 미뤄지다 어제에야 공개되었는데요.
이건 협상문이라고 부를 내용이 아닙니다.
'쇠고기 문제는 미국 맘대로 하십시오'를 복잡하게 풀어서 쓰면 딱 이런 내용이 되겠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0&sid2=269&oid=081&aid=0001951635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2&aid=0001954321
http://asiatoday.co.kr/news/view.asp?seq=136025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OIE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계속 수입해야 합니다. SRM이 발견된 경우에도 우리측에서 수입을 중단시킬 수가 없습니다.
SRM이 발견된 경우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검사 비율을 높이는 것 뿐이라는군요. 수입 쇠고기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아예 없으며, 일시적으로 조사 비율을 올렸다가도 5번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다시 조사 비율을 강제로 낮춰야 합니다.
게다가 발표 이후 180일이 지나고 나면, 미국은 아예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표시를 안하기로 했답니다. 뭐, 불리하게 명시된 부분들을 일일이 뒤지기도 뭣할 정도로 이건... 어떻게 말해도, 협상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이런 내용은, 몇몇 분들이 반박하고 있는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이명박씨의 영도를 받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약속해주고 국제 문서로 만든 바로 그 내용입니다. 보다시피, 우리 국민들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 봉쇄되어 있습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없거나 아주 낮을 경우 이런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문구들을 넣어서 협상문을 만들 리가 없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판단되니까 넣은 거죠.
분명히, 최근의 광우병 파동에는 근거가 희박한 루머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부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을 제외하더라도 지금의 사태는 충분히 심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영국에서 광우병이 성공적으로 통제된 사례를 들어 미국을 영국과 비슷하게 바라보는 것 같은데, 미국이 지금 취하고 있는 광우병 관련 조치는(소만 금지하고 기본적으로 동물성 사료는 허용) 영국에서 2차 파동이 일어났을 때의 기준과 유사하며, 또 미국에서 발생한 후 아직 10년은 커녕 5년 간당간당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재발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 운운하는 의견들도 많던데요. 광우병 자체의 연구 전반이 초기 상태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 운운하면서 인간 광우병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그 확률이 낮다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과학자, 의학자가 있다면 그 자체가 지나친 과장이거나 거짓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떠도는 루머들을 그대로 복사하며 공포가 다시 공포를 낳는 사태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 여당에서도 이런 측면을 역이용해서 공격하고 있고, 일정 부분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희박한 일부 사례를 손가락질하며 위험의 전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