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였다죠. 근데 이 날은 제게 발렌타인 어쩌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두가지 의미가 더 있습니다. 첫번째는 저희집 마나님과 제가 처음 만난 날이구요. 또 한가지는 제가 개발자 커뮤니티 운영을 시작한 날입니다.
1998년 2월 14일, 복학하면서 서울로 돌아와 천리안 프로그래머포럼의 오프모임에 처음 참석한 날이었습니다. 그 오프모임에서 집사람을 처음 만나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을 계속 만날 꿍꿍이로, C++빌더 담당 운영진을 맡아보라는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제가 집사람을 처음 만난지 10년 되는 날이자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10년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다가, 30분이나 지나서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 계속 아파서 울고 있는 둘째놈을 달래다가 지쳐서 잠든 집사람을 살짝 흔들어 깨워서, '우리가 만난지 10년되는 날이야'하고 얘기해줬습니다. 집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벌써 그렇게 됐어...?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갔네..' 하고 절 쳐다보다 또 잠에 빠졌습니다.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살아오는 10년 동안, 솔직히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시간도 꽤 들었지만, 많은 기회들도 잡지 못했습니다. 꽤 큰 개발자 사이트의 운영자로 이름은 좀 알려졌지만, 비영리 개발자 사이트의 운영자라는 제 직분을 다하기 위해 일부러 흘려보낸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뭐 아깝다든지 그런 건 아닙니다. 열심히 살면 기회는 또 옵니다. 다만, 그동안 항상 마음만 있었을 뿐 제대로 아껴주지 못한 집사람과 두 아들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맞춘 것도 아니고,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닌데... 아까 11시부터 1시간여 동안 운영진 채팅을 했습니다. 어떻게 얘기를 풀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대표시삽직을 운영진의 한 분인 안영제님께 떠넘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재쑤!! 아싸! 이제 드디어 자유닷!
좀 난데없이 결정이 되었습니다만, 안영제님은 충분히 볼랜드포럼을 이끌어갈 능력과 책임감을 가지신 분이시고요, 또 개발자로서는 지긋한 나이와 경험을 갖고 계셔서 멋진 비젼을 펼쳐보이실 것을 믿습니다. 또 제가 대표 운영자로서 일하는 동안 백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도와주셨던 다른 운영진분들도 여전히 안영제님과 함께하실 것일 만큼, 갑자기 크게 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원숙한 의욕을 가지신 안영제님께서는 (좀 시간은 걸리겠지만) 더 안정적이고 더 강력한 서비스를 위해 사이트 개편도 계획하겠다고 하셨답니다. ^^
아마 내일 아침쯤 안영제님께서 취임 인사(?)를 올리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첫 출발을 하시는 안영제님께 큰 힘을 실어주시구요. 또 여러 좋은 아이디어와, 가능한 지원들을 해주셔서 우리들의 포럼이 더욱 더 번창하고 활기찬 개발자 모임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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