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미나는... 적어도 제게는 이전의 몇번의 세미나보다는 개인적인 의미도 깊었고, 그리고 나름대로는 자찬을 조금은 할 정도로 큰 미스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큰 문제점이 뭐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방에서 오신 분들이 곤란을 겪으셨을 것 같고, 원래 입장시에 나눠드리려고 했던 티셔츠의 도착이 늦어져서 점심 식사하러 나가는 분들에게 드리는 바람에 식사시간이 더 짧아지는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티셔츠의 로고는 제가 원래 디자인했던 것보다 작게 나와서 좀 볼품없게 되기도 했고요. 세션 내용 면으로는, 여전히 제 세션은 졸린다는 얘기를 또 한번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덜 졸아주셔서, 개인적으로 초인적인 의지로 졸음을 참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빔프로젝터 임대 건이나 현수막 등에서 자잘한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잘 메꿔져서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전날 새벽까지 코드기어의 환영 동영상 캡션을 다느라 잠을 못잔 바람에, 다른 분들의 세션은 하나도 못들어서 다른 분들의 세션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후기들을 보면 호평이 좀 더 많은 거 같네요. 다행스럽습니다.
제가 하는 발표 세션이 졸린다는 얘기를 몇차례 계속 들었는데... 몇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습니다. 첫번째는, 항상 전날 밤 늦게까지 이것저것 준비를 하느라 실제로 제가 졸리는 상태였던 거 같고요. 졸린 넘의 목소리는 졸리겠죠. ㅡㅡ;;
또 한가지 이유는, 프로젝션 때문에 불을 꺼놔서 어두운 탓에 세션을 듣는 여러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발언을 할 때 상대의 눈을 보면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고 그에 따라 즉석에서 내용을 첨삭하는 편인데, 강의장 안은 눈은 커녕 얼굴도 제대로 안보이는 상황이니, 저로선 허공에 대고 떠드는 듯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담번부터는, 뭔가 억지로라도 듣는 분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생각해내면 훨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의 중간에 경품을 걸고 뭔가 해볼까... 생각도 들고요.
여러분도 닉 호지스씨를 처음 보셨겠지만, 저도 처음 만났습니다. 너무나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라, 세미나 전날에 도착한다길래 따로 코드기어 직원에게 닉이 비록 피곤하겠지만 식사시간이라도 잠깐 만나고 싶다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마 닉 입장에서는 꽤 짜증이 날 법했습니다만... 의외로 친절하게 맞아주더군요.
그래서 밤 늦은 시간에 호텔 식당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들은 들으셨겠지만, 한국과 꽤 인연이 있더군요. 98~99년 전후로 주한미군 해군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먹을 거리도 많이 알고 있고 꽤 여러곳에 놀러다니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주요 여행지로 부산을 기억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반갑기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닉 호지스는 코드기어의 분사 과정에서 지금까지 오는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주욱) 델파이, 그리고 C++빌더까지 제품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물론 현재 델파이의 제품 계획 및 개발을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델파이 프로덕트 매니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입사 이전에도 볼랜드의 지지부진한 개발툴 계획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을 했었던 인물이고요.
더욱이 코드기어가 분사된다는 결정이 알려지고 직후에는 "내가 CEO를 맡아보겠다"라고 대담한 공개 제안을 해서 더욱 이슈를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내가 감투 좀 써보자" 가 아니라, "감투 쓴 사람은 이런 걸 해야 한다"라는 관점에서 델파이 부활 방안들을 제시했었죠. 그 제안은 저를 비롯해서 수많은 델파이 개발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었습니다. 너무나 깊은 인상을 받아서, 여기 포럼 자유게시판에도 간단히 소개를 했었죠.
http://www.borlandforum.com/impboard/impboard.dll?action=read&db=free&no=11466
또 한가지, 세미나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기자가 취재를 왔었는데요. 닉 호지스가 오로지 세미나 참석이라는 목적만으로 한국에 왔다는 사실을 못미더워하더군요. 몇번이나 코드기어 직원이 설명해주고, 다시 닉이 확인해주고서야 놀라워했습니다. 미국 회사의 핵심 인력이, 아무런 비즈니스 목적도 아니고, 오로지 커뮤니티의 세미나에 한 세션(전체 세미나가 코드기어 세미나인 것도 아니고!)을 맡아서 발표하기 위해서 머나먼 한국까지 왔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한 거죠.
물론 마소 다음달호쯤에 보실 수 있겠지만, 성질 급한 그 기자, 블로그에 바로 썼군요.
http://flytgr.tistory.com/192
어쨌든... 큰 실수 없이 잘 끝난 것에 저로서는 많이 안도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너무 지쳐서 혼자 앉아서 맥주만 꿀꺽거리고 있다가, 그래도 술이라도 좀 들어가니 기운이 나서 늦게지만 뒷풀이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과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시 반이나 되어서 술떡이 되어 집에 겨우 들어갔습니다만.. 담번엔 술은 좀 자제를... ^^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