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장성호님이 재미없는(!) 동명100인 유머를 올려놓으신 걸 보고 헹헹거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구글에서 '박지훈.임프'로 검색해봤습니다.
포럼의 글 링크들이 섞여서 나오면 별 무의미하니까 볼랜드포럼 도메인은 결과에 안나오게 조건을 줘서요.
그랬더니... 전혀 예상도 못했는데, 제가 이전에 썼던 많은 글들이 다른 사이트들에 펌질되어 있더군요.
꽤 많이 놀랬습니다.
사람들이 시간이 썩어나는구나...할 짓 되게 없구나...라고요.................... -.-
농담임다...
그래서.. 다른 사이트, 다른 블로그들에 올라가 있는 제 글들을 다시 볼 일이 생긴 겁니다.
글을 썼던 기억조차 전혀 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이게 도대체 내가 쓴 글이 맞나..
게다가 기억나는 글들 중간중간에도 지금은 분명히 모르는 내용들이 많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제 기억력이 아주 나쁜 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심각한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분명히,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는'이 아니라) '모르는' 내용들이더군요. 정말로 심각하게 당황스럽습니다.
(가끔씩 도무지 해답이 안나와서 구글에서 검색하다보면 제가 포럼에 답변했던 내용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
그런데 또 한가지 제가 기분이 착잡한 것은..
올해 들어서는 별로... 제대로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걸 갑자기 깨닫게 된 겁니다.
왜 그런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올해 들어서는 회사에서 압박이 너무 심해서, 포럼이나 외부 활동에 시간은 물론 아예 신경조차 쓰기가 힘들었었습니다.
올해초부터 런칭 직전 상태에서 수차례 '최종 테스트'를 했는데...
아직도 런칭을 못한 상태입니다.
원인은 참 많은데.. 가장 근본적으로는 제 위쪽, 그러니까 경영진의 마인드 부재입니다. (부족이 아니라 부재)
프로젝트에 필요한 리소스는 제대로 주지 않고.. 추가 요구사항은 계속 늘어나고..
버그 테스트를 맡은 실무자들은 제대로 테스트하지 않아서 오케이 해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버그를 내놓고..
그러더니, 경영진 한사람이 프로젝트가 늦어진다고 아예 프로젝트 일정 관리를 직접하겠다고 나서더니,
기술적인 문제까지 온갖 참견을 다하다더니...
마침내는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새 디비로 데이터 포팅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로 데이터 일부가 안들어간 것을 갖고
트집을 잡으면서, 런칭 3일전에 일방적으로 런칭 연기를 선언해버리더군요.
그냥 데이터 포팅 쿼리문들 중 하나를 안돌려서 테이블 하나가 안들어갔을 뿐인데, 돌리는 데에 10~20분이면 되는 건데 말이죠.
그래서 참견쟁이 이사하고 대판 싸우고 관뒀습니다. ㅎㅎㅎㅎㅎ
직급이 높다고 해서 이해도 못하는 기술에 대해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할 거면, 일을 시키면 안되죠?
벌써 관둔지 한달쯤 됐습니다. 8월 초에 그만뒀거든요.
지금은 데이터베이스 성능 관리 툴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말로 맘 편합니다.
그런데... 그놈의 회사에서 온통 심신이 다 소모되어버려서, 아직 복구가 안되고 있습니다.
예전의 쾌활하던 성격도 어디 도망가고 없고, 넘쳐나던 열정도 대부분 어딘가로 숨어버린 거 같습니다.
아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안납니다. 설령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예전같은 치열한 고민을 할 정신이 없어서
글을 쓸 꺼리 자체가 머릿속에 없습니다. 빽빽하게 써놨던 화이트보드를 지우개로 싹 지워버린 느낌이랄까요.
뭐, 한두달쯤 조용히 정양하면서 더 지내다 보면 나아지겠지요...?
쩝...
바로 며칠전이 제 결혼 7주년이었습니다.
그날 집사람과 아들내미 데리고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칼질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벌써 7년이나 되었네.. 세월 참 빠르다 뭐 그런 얘기들을 했겠지요.
그리고, 내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면 집사람을 처음 만난지가 10년 되는 날입니다.
1998년 2월 14일.
그런데 생각해보니, 바로 그날, 집사람을 처음 만난 날이 제가 천리안 프로그래머포럼의 오프모임에 처음 참석했던 날이고요.
바로 그날 천리안 프포의 운영진으로 합류하고, C++빌더 소모임을 맡으면서 제 커뮤니티 운영자 생활이 시작된 겁니다.
그리고 몇달 후에 총무를 겸임하게 되고, 지금 다른 델파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당시 대표시삽이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탓에 시삽 대리.. 뭐 그렇게 해서 프포 전체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프포를 운영하고 있던 99년 6월에 제 C++빌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1~2년쯤 후에 프포의 델파이 및 C++빌더 컨텐츠들을 통합하면서 프포를 폐쇄하고 볼랜드포럼으로 개편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내년 2월 14일은 제가 커뮤니티 운영을 한지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울러 프포의 역사를 포함한 볼랜드포럼의 나이가 만 10살이 되는 생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긴 시간을 개발자 커뮤니티 운영에 쏟았구나...싶습니다.
감개가 무량하다...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나고 온통 징그럽다는 생각만 나는군요.
돈도 안되고 어디 도움도 안되고 매일 몇시간씩 까먹는 커뮤니티 운영을 10년이나 하다니, 좀 미친 거 같기도 하고...
당연히, 저도 제가 여기까지 올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시작한 거죠.
앞으로 얼마나 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10이라는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이죠.. 10년전의 그 날과 같은 날이라는 것도 그냥 숫자일 뿐이죠..
매년 생일이 돌아온다고 해서 제가 그날이면 갑자기 철이 들거나 대단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날까지 그냥 뚜벅 걸어가게 되겠죠.
뭐, 언제 그만둘지 어떻게 되면 쉴 수 있을지 그런 걸 생각해둘 필요 있겠습니까.
그날이 오면 자연히 알게 되겠죠.
음...
어쨌든.. 뭐 한두달은 좀 더 마음을 쉬어야 할 거 같고..
곧, 예전의 저로 돌아오겠습니다. 많이 까칠해진 성격도 사포질을 좀 하고...
짭.. 시덥잖은 헛소리 그만하고 오랜만에 기사 번역이나 하고 빨랑 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한 건 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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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구인 올린거보고 요즘도 가끔 '거기 갈껄....'하는 생각했었는데, 퇴사를 하셨군요...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커뮤니티 활동을 하셔서 저같은 초보들에게 가야할 길을 알려주신게 큰 도움 됩니다.
몇달 푹 쉬시고 큰 도약 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