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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13043] 아들의 반창고
박지훈.임프 [cbuilder] 2334 읽음    2007-05-31 12:10
아들넘이 지난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다섯살이니까 아직 유치원에 보내기엔 어리고 좀 늦되어서 더 늦게 보내고 싶었지만, 집사람과 제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유치원에 일찍 보내게 되었죠. 첨에는 제 손을 붙잡고 안놔주려고 울고불고 하던 녀석이, 이제는 유치원 문을 들어서면 곧장 신발을 벗어들고 꾸뻑 인사를 하며 신나게 뛰어들어갑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던 넘이 유치원에 다니면서 친구들한테서 온갖 말들을 배워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여러 애들이 모여있다보니 좋은 거 말고 나쁜 버릇도 배워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습니다. 그중 제일 난처한 것이, 고자질(?)하는 버릇입니다. '아빠, ...이가 창문에 매달렸대요' '아빠, ...이가 싸웠대요' 그러면서 입을 삐쭉거리는데, 아마 당연히 담임 선생한테도 그러겠지요.

또 유치원 보내기 전보다 떼쓰는 것도 좀 더 심해졌고, 약간 더 폭력적(?)이 된 거 같습니다.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아주 가끔이지만 저나 엄마한테 벌컥 화를 내는 경우도 있고, 한번은 엄마를 탁 때리기도 하더군요. 웬만하면 아들넘에게 화를 내진 않으려 하지만, 그럴 때는 단단히 혼을 냅니다. 엄마 아빠한테도 그러는데, 만만한 친구들한테는 더 그럴까봐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보다 덩치가 좀 더 큰데다가 힘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섯살밖에 안되는 녀석을 종일반에 보내는 것이 무리인 줄은 알지만, 뭐 현실은 현실이니까 아들넘도 팔자려니 하고 받아들여야겠지요. 종일반은 오후 5시 정도에 끝나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유치원에 데리러갈 수 없는 저희는 장모님께 좀 데려다놓으라고 하고 7~9시 사이에 데리러 갑니다. 대신 아들넘과 함께 있을 때는 최대한 아들과 즐겁게 놀아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휴일에는 아들넘 데리고 어디든 같이 놀러가는 것은 당근이죠.

요즘은 집사람이 둘째를 가지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제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아침마다 밥해먹이고 씻기고 옷입히고 감기약 먹이고(감기에 너무 잘 걸려요) 유치원까지 데려다주는 건 기본적으로 제 일이고, 저녁에 데리고 오는 일도 보통 제가 합니다.

그래도 정말로 의외로, 거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뭐랄까, 워커홀릭적인 스타일이어서 퇴근해서도 거의 언제나 일감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넘이었었는데, 요즘은 일단 아들넘이 아빠~ 하고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나면 일이고 뭐고 암것도 생각이 안납니다. 웬만큼 떼를 써도 화도 안나고요.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나봅니다. 원래 결혼 전부터 애를 가질 계획이 없었는데 지맘대로 나온 넘이지만, 아들넘과 아웅다웅 툭탁거리면서 사는 것도 정말 지대루 재미있더군요. ㅎㅎㅎ

어제 저녁, 아들넘을 처가집에서 데려와서 옷을 갈아입히는데, 상체에 조그만 1회용 반창고 하나가 붙어있더군요. 그냥 보통 크기의 보통 반창고입니다. 가슴 아래쪽, 배 위에 딱 가운데에 가로로 예쁘게 붙어있더라구요. 이넘이 어디가 조금 아프다 싶으면 반창고 붙여달라고 떼를 쓰는 넘인데, 바로 그저께도 모기에 물렸다고 반창고 붙여달라고 해서 하나 붙여줬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그때도 크게 신경을 안쓰고, '찬이야, 반창고 왜 붙였어?' 그랬는데, '콱 물었어요' 그러는 겁니다. 아 또 모기에 물렸구나(작년 여름에도 모기에 엄청 뜯겼었습니다)하고 생각하고, 다시 '누가 물었어?' 했더니, 김나연이가, 어쩌구 어쩌구 하면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겁니다. 뭐 평소에도 얘기를 하다가 잘 집중을 못하고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잦아서, 이번에도 그러네, 하고 '응, 그래, 모기가 물었어?' 하고 더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김나연이는 아들넘 유치원 같은 반 친구인데, 저녁에 아들넘에게 '찬이야, 오늘 뭐하고 놀았어?' 하고 물어보면 반드시 나오는 이름입니다. 아직 얼굴은 못봤습니다만, 하루에도 두세번씩 나연이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앞뒤도 없이 늘어놓는 것을 보면 아들넘이 나연이에게 호감이 있는 건 분명한 거겠지요?

뭐 사실은 최근에야 짐작하기 시작한 겁니다. 왜냐하면 아들넘이 나연이에 대해 하는 얘기가 주로, 때렸어요, 밀었어요 뭐 그런 얘기들이라서, 처음에는 나연이가 성격이 괄괄한 애라서 아들넘이랑 자주 싸우나보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넘이 아직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자주 주어와 목적어를 헷갈립니다. 나연이가 찬이가 콱 때렸어요, 찬이를 나연이를 쾅 밀었어요, 뭐 그런 말들을 하거든요.

뭐 그렇게, 아들넘 옷을 갈아입히고 돌아앉는데 집사람이 퇴근해서 들어오더군요. 주섬주섬 옷갈아입는 집사람에게 별 생각없이 아들넘 가슴에 반창고가 하나 붙어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전 그 반창고가 가슴 아래쪽 가운데에 붙어있는 모양이 귀여워서 얘기해준 거거든요? 그런데 집사람이 정색을 하더니, 엉뚱한(?) 얘기를 하더군요.

어제 낮에 아들넘 담임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었더랩니다. 낮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알려주거든요. 담임 선생님이 전한 얘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평소에 아들넘이 나연이를 이래저래 좀 괴롭히는 편인데, 나연이가 성격이 조용조용해서 별로 아들넘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없었답니다. 어제는 의자에 앉아있는 나연이를 찬이가 밀어서 넘어뜨렸는데, 나연이가 이번에는 발끈해서...

갑자기 의자에서 넘어져서 놀랜 나연이가 화를 내면서 아들넘을 콱 물어버렸다더군요. 그 문 곳이 가슴 아래쪽 가운데였던 겁니다. 그말을 듣고 황당하여 그 반창고를 뜯어보니, 과연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동그랗게 벌겋게 부어있더군요. 뭐 아주 심한 것은 아니고, 하여튼 자국은 확실히 남아있었습니다.

전 이때까지, 아들넘과 나연이가 서로 자주 싸우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들넘이 얌전한 다른 애를 괴롭힌다는 얘기를 듣고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난기가 심하기는 하지만 그 또래 애들이 다 그렇듯이 마음은 넘 착하거든요. 다만 아직 상대에 대한 배려의 개념이나 선악의 개념이 없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최근 두어달 사이에 거실 어항에 있던 금붕어 8마리가 어제까지 해서 모두 전멸했는데, 그중에 두마리는 범인이 아들인 것이 확실합니다. 한번은 금붕어를 화분에 심어놨더군요.

그래서, 당연한 거지만, 아들넘을 앉혀놓고 꽤 오랫동안 나무랬습니다. 뭐 제대로 알아들은 거 같지는 않지만... 오늘도 아들넘 손을 잡고 유치원까지 가면서, 찬이야, 나연이 괴롭히면 안돼, 나연이 밀면 안돼, 하고 몇번씩이나 다짐을 받았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기더군요. 애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몇번쯤은 미리 생각도 했었고 나름 마음의 준비도 했었는데, 막상 닥치니 가슴속이 꽤 어지럽습니다. 저보다 자식을 먼저 가지신 여러 선배님들, 저도 이제 여기까지 왔네요. ^^;;

저는 제 아들넘이 남보다 앞서가거나 남보다 돈을 더 잘벌거나 그렇게 살게 하려는 욕심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행복이 부나 명예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살면서 여러번 깨달았기 때문에, 아들넘의 행복을 위해 제가 준비할 것은 돈도 아니고 학력도 아닙니다. 아들넘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집사람과 오랫동안 고민고민해서 만든 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라이프 플랜'이 있거든요. 적어도, 입시에 허덕이는 요즘 애들처럼이 아니라 맘껏 놀고 즐기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결심입니다. 길지 않은 제 삶을 뒤돌아 생각해보면,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즐기면서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이렇게 제 삶은 아들이 생기기 전과는 전혀 달라졌습니다. 물론 결혼 후에 중요한 선택에서는 집사람의 의견을 항상 물어봤었지만, 지금은 제가 선택하는 모든 일에 아들, 그리고 뱃속에 있는 둘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식의 삶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 자식들과 집사람까지 포함한 것이 진정한 제 삶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마치 제 팔다리가 제게 짐이 아니라 제 일부인 것처럼 말입니다.

내일은 아들이 유치원에서 첨으로 소풍가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좀 일찍 들어가야 합니다. 김밥 재료를 사가지고요. 좀 일찍 자고,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아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김밥을 싸주려고 합니다. 제가 김밥을 좀 쌉니다.
ㅎㅎㅎㅎ
에보니.^0^m [mortalpain]   2007-05-31 13:03 X
ㅎㅎㅎ 임프님 부러우이~
김도완 [purplecofe2]   2007-05-31 13:25 X
대자연 속에서 자신이 작은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으면 덜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에게는 힘든 부분이겠죠. -_-)

너무 부드럽게 키우시지 마시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혼내는게 좋을 것 같네요. 만약 호감을 가져서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다른 표현의 방법도 알도록 하는게 좋을 것도 같습니다.
쎄미(진창훈) [susemi99]   2007-05-31 13:57 X
어릴때는 좋아하면 괴롭히는걸 아실테니 윗분 말씀대로 좋아한다는 표현의 다른 방법을 알려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소리바람.OJ [phonon]   2007-05-31 14:55 X
아이에게 측은지심을 가르쳐 주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면 남을 위한 마음이나 배려도 생길 듯 합니다.
예로,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면서 함께 생활하면서 여린 자에 대한 보살핌을, 살아가면서 함께함의 소중함, 죽음을 통한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성찰을 자연히 알게 될꺼라 생각 듭니다.
귀여운 강아지를 선물해 보세요.
최보현.U&I [uriduri]   2007-05-31 16:03 X
ㅋㅋ~ 좀더~ 커봐요~~ 아주~~ 미치지 미쳐~ ㅠ.ㅠ
현지가 벌써 9살이니~~ 아주~~ 갑갑 합니다 ^^
smleelms [smleelms]   2007-05-31 16:13 X
ㅎㅎ.. 저희 아들놈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릴때부터 책을 좀 많이 읽혔더니, 그래서 그런지, 말싸움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는 저를 닮아서 그런지, 제가 한마디만 하면, "그래서요", "왜요", "이유를 설명해보세요", "왜 그래야되는데요"가 18번입니다.. 흐미...

제가 저 나이때는 안그랬던것 같은데 말이요. ^^;;;
요즘엔 다른집 애기들도 그런지 정말 정말 궁금하답니다.. :)
외랑 [jaehuns]   2007-05-31 19:33 X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든일인가 봅니다. ^^
임프님 힘내세요..
kongbw, 광양 [kongbw]   2007-06-01 02:32 X
지훈님 좋으시겠어요~~~ ^-^
부럽네요.

아빠가 되면 다들 그렇게 바뀌나봐요.

얼마전에 아는 형 한 분도 득녀를 했는데....  뭐랄까나... 여튼 달라지더군요.  ^^a
머슴.한석복 [han8783]   2007-06-01 10:03 X
임프님 글을 보니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군요. 일단 부럽다는것..
시간을 내시기가 용이하신 가 보네요.. 어쩌면, 나도 이런 시간을 못내는게 아니라, 안내는일종의 아빠로서의 직무유기 중(?)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정말, 소중한 시간을 갖기 위한 노력은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항상 아이들의 얼굴은 자고 있는 얼굴과 아직 자고 있는 얼굴만 보게 되는 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저랑 둘이만 있으면 약간 불안한 듯이 눈치를 보는 걸 가끔 느낍니다. 서운하다거나 하는 생각 보다는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만큼, 정을 느낄수 있을 만큼 시간을 내주지 못했구나..사랑해주지 못했구나..표현해주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걱정도 됩니다. 아빠의 자리(?)가 무언지 잘 모르고 자랄것 같아서 말입니다. 항상, 이제 좀더 잘 해 주어야지...같이 시간을 보내야지 라고 다짐을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더군요. 기껏 해주는것이 일없는 휴일에 1-2시간 숙제 봐주고, 컴퓨터 시간에 컴퓨터 같이 해주고.. 공원에서 자전거 뒤꽁무니 잡아주는거...이정도 이고..이것도 거의 한달에 한두번밖에 못해주는 아주 불량 아빠이죠..
바꿔 봐야겠습니다. 이기적인 나를 버리고...

어쩌면, 내가 내내 갈망해오던 그 어떤 빛(?)이 나를 닮은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에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평범해 보이는 듯한 글이지만, 이것저것 생각 나게 하는 글이군요.
nicekr.황경록 [mpbox]   2007-06-04 21:12 X
흠... - -b 삶의 향기가....
utime.김성하 [utime]   2007-06-05 16:11 X
여기저기 행복이란 글자가 마구마구 묻어 나오는 글이네요~
머릿속에서 행복한 상상이~ ^^'

임프님 글을 보니 장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납니다.
그 전까진 별루 없었는데~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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